“ 정직과 신뢰로 만든 바른 먹거리 소비자 마음 얻었죠”
한정식 음식점 접고 홍천 귀농
수차례 실패 후 칡즙으로 반전
직접 칡 채취로 품질 믿음 얻어
다양한 마케팅 월매출 4000만원
스토리텔링 등 홍보 중요성 강조

▲ 파머대디에서 판매중인 양배추사과즙과 생칡즙
▲ 파머대디에서 판매중인 양배추사과즙과 생칡즙
▲ 이정호 농업회사법인 파머대디 대표
홍천군 북방면 성동리 연화사 입구 부근 산자락에 위치한 한 조그만 공장.인근 산에서 캐낸 칡으로 즙을 내기위해 잘게 써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모자를 쓰고 정성껏 작업에 몰두하는 한 젊은 귀농인.월 매출 4000만원,연간 매출 5억원을 눈앞에 두고 있는 농업회사법인 파머대디 이정호(39) 대표다.

그가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복판에서 잘나가는 한정식 음식점을 접고 홍천으로 들어온 이야기가 궁금했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분들은 다 아실거예요.쉬는 날도 없고 손님들한테 받는 스트레스는 말도 못해요.그래서 평소에 복잡한 도시를 떠나 자연 속에서 내가 해보고 싶었든 제조업을 한 번 해보고 싶어 큰 결심을 하게 됐다”고 한다.

그는 2014년 아버지가 매입한 99만여㎡의 산이 있는 홍천에 터를 잡았다.처음 시작한 농사가 ‘맷돌호박(늙은호박)’이었다.흙을 만져본적도 없던 그는 매일 오전5시부터 오후6시까지 야심차게 3만3000여㎡에 맷돌호박을 심어 수확했지만 첫해 매출은 고작 700만원이었다.

그중에서 수중에 들어 온 돈은 150만원에 불과했다.더우기 보관도 여의치 않으면서 상품가치가 떨어져 1t의 맷돌호박을 단돈 50만원에 팔 수 밖에 없었다.그는 닥치는대로 벌 나무를 잘라서 팔기도 하고 여러 작물 재배에 도전하기도 했지만 실패의 연속이었다.

▲ 파머대디에서 판매중인 양배추사과즙
▲ 파머대디에서 판매중인 생칡즙
모든 농사를 접고 산자락 밭을 개간하면서 나온 칡을 직접 캐서 즙으로 내려 지인들에게 보낸 것이 인생 역전의 계기가 됐다.

“칡으로 즙을 내서 지인들에게 보냈더니 사서 먹고 싶다는 거예요.야생칡을 활용해 건강즙을 만들어 판매해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그는 300만원을 주고 3개월동안 즙 내리는 기술을 배우고 우선 중소기업진흥공단을 통해 청년전용창업자금을 지원받아 130㎡규모의 가공공장을 건립했다.파파건강즙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영업을 시작한 지 1년도 안돼 매출이 2억원을 웃돌았다.하루에 1t 정도의 칡을 직접 캐 첨가제 없이 바로 가공한 제품을 소비자들에게 연결하면서 입소문이 확 퍼졌다.

▲ 인근 산에서 직접 칡을 캐내고 있는 이정호 대표
▲ 인근 산에서 직접 칡을 캐내고 있는 이정호 대표
이 대표는 “깨끗한 자연에서 자란 야생칡,그 중에서도 암칡만 사용해 먹어본 분들의 반응이 폭발적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말했다.그는 “처음 귀농을 시작했을 때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지금도 자연 그대로 만든다는 원칙을 준수하고 있다”고 말했다.즉,정직과 신뢰를 무기로 소비자와 교감하면 매출로 이어진다는 상식을 믿고 있었다.

파머대디의 대표 건강즙은 칡즙이다.양배추사과즙도 큰 인기를 끌고 있고,도라지배즙도 매출에 한 몫을 차지하고 있다.판로의 99%는 온라인으로 판매하고 있다.온라인 판매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소셜커머스플랫폼 식당을 운영하면서 자연스럽게 터득했다.지난달부터 마케팅을 통해 원주를 비롯 강화 마니산 입구,홍천로컬푸드 3곳,구리 남양주 마트 2곳에 납품하면서 월 500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한 가게당 100만원씩 매출을 올리면 10곳이면 1000만원,100곳이면 1억원이다.영업만 잘 뛰면 가능할 것 같다”며 마케팅을 통한 영업 신장에 나선다는 각오다.이를 위해 공장 주변에 490㎡규모의 HACCP공장 신축 계획도 수립했다.

이 대표는 “신축공장에서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건강즙을 활용한 간편식인 레토르트 제품을 생산해 판매할 계획”이라고 귀뜸했다.그는 “대기업에서 비슷한 제품을 생산 판매하는 만큼 이에 맞서기 위해 농부 스토리텔링을 해야 하고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키워드를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목욕탕 앞에서 양말과 수건을 팔면 장사가 잘 되듯이 내 상품을 필요한 사람들과 매칭을 잘 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즉 칡즙이 갱년기에 좋은 만큼 갱년기에 먹는 음식을 치면 연관어로 뜰 수 있게 끊임없이 스토리텔링 작업을 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5월초부턴 사과당근즙과 사과비트즙도 본격 시판에 들어간다.이 대표는 “농민들도 마케팅을 알아야 하는 시대다.판매하고자 하는 제품에 대해 지속적으로 스토리텔링을 해야 소비자들도 관심을 갖는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인가 만들어 팔려고 하면 농사만 공부해서는 안된다며 마케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많은 사람들에게 바른 먹거리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면서 나눔을 실천하는 6차산업 농부가 되는 것이 꿈”이라며 “이를 통해 지역사회 발전도 앞당기는 당당한 농업 기업인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유주현 joohyu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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