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은 잠재적 범죄자인가?지난 17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열 번째 개정판 ‘공무원 행동강령’을 보면 이 질문이 자연스럽게 나온다.그만큼 곤혹스럽다.2003년 5월19일 처음 시행된 공무원 행동강령은 해를 거듭하며 금지 규정이 늘고 규제범위가 넓어졌다.공무원에 대한 청탁을 금지하는 청탁금지법,이른바 김영란법이 시행된 2016년 이후에는 더 엄격해졌다.물론 행동강령을 위반했다고 해서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그러나 이 덫에 걸리면 징계를 피할 수 없다.파면까지 감수해야 한다.조직에서 ‘왕따’를 당하는 것도 시간문제다.

부패방지법 제8조에 근거,대통령령으로 만든 ‘공무원의 청렴유지 등을 위한 행동강령’에 규정된 내용은 포괄적이다.새 행동강령은 보자.자신 또는 친인척 관련 회사와 관련된 업무를 맡았을 경우엔 기관장에 신고해야 한다.고위 공직자에 임용될 때는 3년간의 민간분야 활동내역을 제출해야 하고,직무 관련 민간업체에 대한 자문 제공 등 영리행위는 무조건 제한된다.산하기관의 공무원 가족 채용 또는 수의계약도 마찬가지.자신 또는 가족과 직무관련자와의 금전 및 재산 거래,계약체결 내역도 신고해야 한다.

이해할 수 없는 건 선배 공직자와 사적 만남에 대한 조항.공무원이 퇴임 후 2년이 지나지 않은 소속 기관의 퇴직자와 골프,여행 등을 할 경우엔 소속 기관장에게 신고토록 했다.사실상 금지 규정이다.전관예우 등 시비 거리를 사전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되지만 사생활 침해 등 위법 논란이 제기된다.이 규정이 공표되자 공무원 사회에서는 찬반양론이 무성하다.공직사회를 ‘잠재적인 범죄 집단으로 매도한다’는 지적과 함께 ‘조직이 투명해질 것’이라는 반응이 그 것.그러나 환영보다는 반감이 더 큰 듯하다.

김영란법이 시행된 이후 우리사회는 큰 홍역을 치렀다.공정하고 깨끗한 사회를 만드는데 일조했다는 평가가 있는 반면,공직사회의 복지부동을 심화시켰다는 비판도 있다.공무원 만나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하소연과 함께 민원현장 곳곳에서 김영란법 운용에 따른 부작용을 호소한다.새로 시행되는 공무원 행동강령이 이 같은 현상을 더욱 부채질할 것이라는 우려가 없지 않다.공직사회의 복지부동이 일반화 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민간에 전이된다.혹 떼려다 혹 붙이는 꼴이다. 강병로논설위원 brkang@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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