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연철 통일연구원장
▲ 김연철 통일연구원장
한국전쟁이 끝난지 65년이 흘렀다. 그러나 한반도는 여전히 정전상태, 즉 전쟁을 잠시 중단한 상태다. 정전을 관리하는 기구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북한은 1991년부터 군사정전위원회 회의를 거부했고, 중립국 감독위원회도 철수했다.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에서 군사분계선을 기준으로 북쪽으로 2km, 남쪽으로 2km, 총 4km를 비무장지대로 설정했지만, 알다시피 한반도의 비무장지대는 중무장지대로 변했다. 불안정한 정전체제를 항구적인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것이 우리 시대의 과제다.

평화로 가는 길에서 우리는 북핵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남북 정상회담의 가장 중요한 의제는 비핵화다. 북한의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체제보장, 그 중에서도 외교관계 정상화와 평화체제가 중요하다. 북한을 포함하는 약소국이 핵무기를 개발하는 목적은 재래식 군비경쟁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당연히 북한의 핵을 없애려면, 재래식 무기의 군비경쟁도 중단해야 한다. 한반도의 평화정착은 오랜 희망이기도 하지만, 북핵문제 해결의 중요한 변수다. 비핵화는 평화정착의 수준을 반영하여 진행될 것이다.

정전체제에서 평화체제로 가는 길은 멀다. 그래서 중간 단계로 종전선언을 검토할 수 있다. 종전은 ‘한반도에서 전쟁이 끝났다’는 선언이다. 전쟁을 중단한다는 ‘정전’이나 전쟁을 잠시 쉬는 ‘휴전’과는 개념이 다르다. 종전의 의미에 대해서는 넓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 ‘전쟁이 끝났다’는 선언은 적대관계의 종식을 의미한다. 전후 오랫동안 지속되던 남북관계도 달라져야 하고, 북한과 미국, 북한과 일본의 외교관계도 정상화되어야 한다. 종전은 전후질서의 극복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정상회담이 열리는 판문점의 원래 지명은 널문리다. 1951년 10월 널문리 가게 앞의 콩밭에 임시천막을 치고 정전회담을 했다. 판문점은 바로 널문리 가게를 중국어로 표기한 것이다.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판문점은 정전의 공간이 아니라, 평화의 공간으로 변할 것이다. 전쟁 후 북으로 돌아가는 포로들을 보고 이름을 붙였던 ‘돌아오지 않는 다리’를 건너 북한의 지도자가 분계선을 넘어온다. 다시 세계의 눈이 판문점을 향해 있다.

남북관계에서 실질적 평화정착도 중요하다. 중무장 지역으로 변한 비무장 지대를 원래의 완충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남북한은 정상회담을 앞두고 확성기 방송을 중단했다. 매우 중요한 군사적 신뢰구축 조치다.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를 하나씩 만들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은 평화협정이라는 제도가 중요하다고 주장하지만, 평화협정을 맺는다고 평화가 자동적으로 오지 않는다. 중동을 예로 들어보면, 몇 번의 역사적인 평화협정을 맺었지만, 언제나 잉크도 마르기전에 다시 싸움이 일어났다. 그래서 ‘법적인 평화’보다는 ‘사실상의 평화’가 중요하다.

분단의 땅, 강원도의 입장에서 평화는 밥이고 돈이다. 분단시대의 전선은 언제나 평화시대가 오면 접경이고 접촉의 공간이다. 강원도 평창에서 열린 동계 올림픽이 평화의 씨를 뿌렸다면 이제 남북정상회담으로 평화의 열매를 맺어야 한다. 비무장지대를 지역별 특성을 살려, 환경생태지대, 역사문화지대, 농업협력지대, 평화관광지대로 만들 필요가 있다. 정상회담이후 강원도는 남북교류의 공간으로 발전해야 한다. 평화는 단지 추상적인 원칙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의 질을 바꿀 수 있다.

아일랜드의 시인 예이츠는 “평화는 천천히 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정상회담은 평화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정상회담을 계기로 우리는 항구적인 평화를 위한 발걸음을 내딛는다.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고, 한반도의 냉전질서를 극복하고, 평화로운 통일을 이루는 것이 우리의 목표지만, 가야할 길은 멀고, 넘어야 할 장애는 많다. 이제는 지혜를 모아서 우리에게 주어진 기회를 적극 살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감대가 넓어져야 한다. 분단시대의 이념이 아니라, 평화의 이익으로 정상회담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멀리 가려면 함께 가야 한다. 정상회담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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