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동력선 갯배, 승객 힘으로 운행
아바이순대, 돼지 대창 사용 식감 일품
함흥냉면, 고구마 전분·명태회 고명
바다향기로, 철책 철거 65년만에 개방

▲ 속초항·아바이 마을 전경
▲ 속초항·아바이 마을 전경
우리나라 유일한 실향민 집단정착촌 아바이마을.실향민들은 반세기도 훨씬 넘는 긴 세월을 지내왔다.그들이 생계유지를 위해 차렸던 음식은 지역의 대표 먹거리가 됐다.아바이마을을 갈 수 있는 교통수단인 ‘갯배’는 드라마 가을동화 이후 지역 최고 명물이 됐다.아바이마을의 명물들은 실향민들에게 50여년동안 돌아갈 수 없는 고향의 향수를 잊지않게 해준 유일한 끈이였다.


갯배 선착장
갯배 선착장

■ 갯배

강원도 속초시내와 청호동 아바이 마을 사이에 놓인 속초항 수로를 건너는 유일한 교통수단이다.우리나라 어디서도 볼 수 없는 특별한 교통수단이다.승선원이 아닌 승객들의 힘으로 운행하는 국내 유일 무동력선이다.갯배는 수로에 쇠줄을 설치해 놓고 갈고리로 이를 끌어당겨 배를 움직이는 방식으로 운행한다.승선하는 사람은 노약자를 제외하고는 모두 갈고리로 이 배를 끌어야만 청초호 수로를 건널 수 있다.갯배는 한국전쟁 이후 청호동에 실향민 촌인 ‘아바이 마을’이 형성되면서 맞은편 중앙시장을 왕래해야 하는 실향민들의 주요 교통수단으로 애용됐다.겨우 50m 남짓한 물길을 두고 한참을 돌아다니는 수고를 덜기 위해서다.필수 교통수단인 만큼 주민 누구나 갯배와 얽힌 한두 가지 추억이 있을 정도로 실향민의 애환이 고스란히 담긴 속초 명물이다.

■아바이순대

▲ 아바이 순대
▲ 아바이 순대
아바이마을의 대표음식은 돼지창자에 선지·찹쌀·배추 등을 넣어 만든 아바이순대다.함경도 주민들이 즐겨먹던 아바이순대는 원래 명태에 선지·찹쌀·무청(시래기) 등을 넣어 만든 것이었다.예전에는 돼지가 워낙 귀해 돼지창자로 만든 순대는 잔칫날에만 먹을 수 있었다고 한다.하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돼지고기가 흔해지고 명태가 잡히지 않자 돼지창자로 만든 순대가 보편화됐다.아바이순대는 돼지소창을 쓰는 일반 순대와 달리 대창으로 만든다.대창으로 만든 순대는 큼직하고 쫄깃해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보통 새우젓에 찍어먹으며 취향에 따라 가자미식해나 명태식해를 곁들여먹기도 한다.갯배 선착장 주변 골목에는 아바이순대를 맛볼 수 있는 음식점이 줄지어 있다.

■함흥냉면

▲ 함흥냉면
▲ 함흥냉면
아바이순대와 함께 실향민 대표 음식으로 꼽히는게 함흥냉면이다.원래 함경도 지방은 지형이 험준해 냉면의 주원료인 메밀을 재배할 수 없었고 대신 비교적 흔했던 감자전분을 무쇠 제면기로 뽑아낸 농마(녹말의 북한말) 국수가 유행했다.이후 6·25전쟁이 지나면서 실향민들이 속초에 터를 잡았고 농마국수 집을 함흥냉면이라는 이름을 달고 문을 열면서 퍼져나갔다.속초함흥냉면의 특징은 감자전분 대신 고구마 전분을 사용하고 명태회를 고명으로 올린다는 것.6·25전쟁 직후에만 해도 함흥 전통 방식을 유지해 홍어회 고명을 사용했지만 어획량 감소로 당시 속초지역에서 많이 잡히던 명태로 고명을 바꿨다.

■바다향기로

아바이마을에서 남쪽으로 내려오다보면 속초 해변에서 외옹치 해변을 따라 조성된 산책로‘바다향기로’를 만날 수 있다.외옹치 해안은 1953년 휴전 이후 민간인 출입이 통제됐던 곳이다.1970년 무장공비 침투사건 이후에는 해안경계 철책이 설치되며 완전히 차단됐다.그러나 롯데가 2014년 외옹치에 리조트 건립 사업을 추진한 이후 속초시가 진행한 관광특구 활성화 사업(바다향기로 조성)이 완성되며 지난 12일 65년만에 본격 개방에 이르게 됐다.또한 기존의 군 경계철책이 대부분 철거됐지만 철책 일부와 벙커나 초소 일부는 관광자원으로 활용돼 전쟁의 상흔도 느낄 수 있다. 박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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