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매거진 OFF] 철원 안보관광지

▲ 월정리역 내 멈춰선 기차.1980년대 모습
▲ 월정리역 내 멈춰선 기차.1980년대 모습
‘철마는 달리고 싶다’.철원에는 다수의 근대문화유적이 남아 있다.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이야기할 때면 반드시 한번쯤 떠올리게 되는 승일교와 경원선,그리고 금강산선.남북 대결 시기엔 국가안보의 중요성을 역설하던 이들 유적이 남북화해의 시대에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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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일교
▲ 승일교
┃이승만의 승,김일성의 일 ‘승일교’

승일교는 다리 중앙을 기준으로 좌우 모양이 다르다.자세히 살펴보면 문혜리 방향의 교각 간격이 장흥리 방향의 교각 간격보다 넓다는 것을 알 수 있다.그것은 만든 사람과 만든 시기가 다르기 때문이다.승일교 공사는 1948년 8월 북한이 남침 교두보 확보를 위해 시작됐다.공사가 절반도 진행되지 못한 상태에서 6·25전쟁이 발발,흉물로 방치됐다.1952년 4월 미군 공병대가 승일교 보강공사에 투입돼 5개월에 걸친 공사 끝에 완공했다.

이같은 과정을 알고 있는 철원주민들은 준공된 다리를 이승만(李承晩) 대통령의 ‘承’자와 김일성(金日成)의 ‘日’자를 따서 ‘승일교(承日橋)’라고 부르기 시작했다.‘한탄교’였던 원이름 대신 후일 군사정권이 들어서면서 6·25전쟁 중에 빛나는 전공을 세우고 산화한 박승일(朴昇日) 대령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昇日橋’라 명명,한글 이름이 같아 승일교로 굳어졌다.지난 1999년 인근에 한탄대교가 놓이며 당초 기능을 잃고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철원군민의 간절한 소망을 대변하는 역사유물이자 관광자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경원선(京元線)과 금강산선

경원선은 서울과 원산을 잇는 223.7㎞의 철도로 일제강점기인 1914년 9월 16일 개통돼 1950년 6·25전쟁때까지 운영되던 철도이다.경원선은 한반도를 가로질러 서울과 동해안을 이을 뿐 아니라 함경선과 이어져 두만강에 이르며 국경을 넘어 시베리아 대륙철도와 연결,유럽까지 진출할 수 있다.

이 같은 전략적 중요성 때문에 대한제국 말에도 철도부설권을 따내기 위한 프랑스,독일,일본 등 제국주의 열강들이 치열한 외교전을 펼쳤던 곳으로 지금도 그 중요성은 줄어들지 않았다.남북 평화의 시대가 오면 가장 먼저 복원해야 할 주요 기간 철도가 바로 경원선이다.지난 정부 월정리역까지 남측구간부터 복원사업을 추진하다 잠시 중단됐지만 철원주민들은 본격적인 남북교류가 진행되면 원산을 거쳐 유럽까지 철도가 연결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금강산전기철도는 우리나라 최초의 관광철도이자 사설(私設)철도로 경원선과 철원역에서 갈라져 김화와 창도를 거쳐 종착역인 내금강(內金剛)에 이르는 116.6km의 노선이다.1919년 공사를 시작해 1924년 8월 1일 철원~김화 구간,1931년 7월 1일 내금강까지 전 구간이 개통돼 개통 첫해 1만5219명의 관광객을 실어나르는 등 각광을 받았다.이후 만주사변과 태평양전쟁을 치르던 일제가 전쟁 수행을 위한 자재를 확보하기 위해 1944년 금강산철도 창도~내금강 간 49km를 철거,철원~창도 간 68km만 운행되다 1945년 해방과 동시에 남북 분단으로 전력공급이 단절되는 등 짧은 기간 많은 곡절을 겪었다.한 때 철도변에 위치한 김화의 번영을 가져오는 효자 역할을 하기도 했으나 지금은 ‘금강선 가던 옛 철길’만이 역사의 무상함을 이야기하고 있다.



▲ 월정리역
▲ 월정리역
┃월정리역

월정리역은 현재 남한에 있는 경원선(京元線)의 최북단역으로 민통선 안 DMZ 인근에 위치,열차는 운행되지 않고 있다.월정리역에는 6·25전쟁 때 폭격 맞아 앙상하게 뼈대만 남은 부서진 기차가 시뻘겋게 녹슨 채로 전시돼 있으며 그 옆에 설치된 ‘철마는 달리고 싶다’라는 대형 입간판은 인근의 전방 철책과 함께 한반도의 분단상황을 드러내고 있다.월정리역 인근에는 DMZ평화문화광장이 조성돼 평화통일을 위한 다양한 사업이 이뤄지고 있다.김영규 철원역사문화연구소장은 “이번에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평화통일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고 경원선과 금강산전기철도의 복원이 이뤄져 월정리 역에서 60년 이상 잠들어 있던 철마가 힘차게 기적소리를 울리는 그날이 남북통일의 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의호 eunsol@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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