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새로운 시작 - 이산가족 상봉 재개 시급
지난달 도 이산가족 등록현황
전국 5만8000명 중 3478명
1년새-164명, 사망자>생존자
전국에 90세 이상 1만3167명
남북관계 개선에 상봉 기대감 ↑
황해도 송화군이 고향인 호운학(88·화천) 할아버지는 하루 앞으로 다가온 남북정상회담에 거는 기대감이 크다.그는 한국전쟁 당시 중공군의 개입으로 국군의 후퇴가 시작된 1951년 1월4일 피난길에게 가족들과 생이별했다.그나마 그가 북에 있는 가족들의 소식을 접할 수 있었던 것은 10여년 전 탈북을 감행한 동생을 만나면서였다.1965년 어머니가 노환으로 세상을 뜨고,4년후인 1968년 호 할아버지의 가족들은 북한 체제에 맞서다 정치범수용소에 끌려가기도 했다고 한다.그는 이때문에 지난 2004년 이산가족 상봉을 신청했다가 혹시라도 북녘에 있는 가족들이 피해를 보지 않을까 취소하는 등 남모르는 마음고생도 했다.
호 씨는 “현 정부 들어서 남북이 서로 대화를 한다기에 조금이나마 희망이 생겼고,이제 남북정상회담까지 한다니 기대는 더 커졌다”며 “부모님은 이미 돌아가셨지만 북에 있는 가족들은 살아있을 수 있기에,죽기 전 꼭 한번 만나고 싶다”고 울먹였다.
25일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의 ‘이산가족 등록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강원도에 거주하는 이산가족은 3478명으로,전국 이산가족(5만7920명) 중 6%의 높은 비율을 보이고 있다.그러나 지난해 4월 3642명이던 도내 이산가족 신청자는 불과 1년여 만인 지난달 말 현재 3478명으로 164명(4.5%)이나 줄었다.이미 지난 2016년 6월을 기준으로 사망자 수가 생존자 수를 앞섰다.이는 고령화에 따른 건강악화,지병 등으로 인해 사망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강원도를 비롯 전국 생존자 중 절반이 넘는 64.2%(3만7198명)가 80세 이상이며,이중 90세 이상은 1만3167명(22.7%)에 달했다.또 70~79세는 1만2771명(22.1%),60~69세는 5093명(8.7%)이다.59세 이하는 3434명(5.9%)에 불과했다.
■2년6개월째 중단된 이산가족 상봉
1950년 6월25일.한국전쟁으로 인해 한반도 각 지역에서는 피난 등으로 이산가족들이 발생했다.이때 발생한 남북이산가족은 ‘1945년 9월 이후 남북한 지역에 분리된 상태로 거주하고 있는 자와 그들의 자녀’를 가리킨다.한반도 분단과 6·25전쟁으로 남북에 이산가족이 발생한 이후 역사적인 첫 상봉은 1985년 9월,서울과 평양에서 열렸다.하지만 이후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만남의 기회는 찾아오지 않았다.극적인 이산가족 상봉이 다시 이뤄진 것은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부터다.15년 만에 다시 이산가족 상봉이 재개된 이후 상봉은 2008년을 제외하고 2010년까지 꾸준히 이어졌다.
그러나 2010년 3월 천안함 피격사건으로 남북관계가 경색됐고,같은해 10월 이산가족 상봉이 어렵게 성사됐으나 11월 연평도 포격사태가 발발하면서 이산가족 상봉은 중단됐다.이후 3년이 넘게 이뤄지지 않았던 이산가족 상봉은 지난 2014년 2월,2015년 10월 재개됐다가 남북관계가 다시 악화돼 2년6개월째 상봉은 중단된 상태다. 이종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