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기웅 한림대 정치행정학과 교수
▲ 양기웅 한림대 정치행정학과 교수
이번 남북정상회담의 의의는 핵 문제를 회담의 핵심 의제로 삼은 점,정상회담의 목표를 국가 안보와 평화 구축에 둔 점,북·미 사이의 대화를 중재한 점에서 높게 평가할 수 있다.하지만 남북정상회담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실패했던 역사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과거가 주는 첫 번째 교훈은 정치권이 이번 정상회담을 국내정치에 이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정부여당은 정상회담의 성과에 초조해 하거나 홍보에 치중해서는 안 된다.야당도 정상회담을 정략적으로 평가절하해서는 안 된다. 초당파 외교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두 번째 교훈은 이번 정상회담이 한·미 관계에 균열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미국과의 긴밀한 소통과 공조를 체계적으로 유지하면서 남북정상회담을 준비하고 실행해야 한다.한미동맹에 균열이 생기면 비핵화 과정은 물론 비핵화 이후 한국의 안전보장에도 문제가 생긴다.한·미는 비핵화 의제와 이행과정에서도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세 번째 교훈은 이번 정상회담은 비핵화의 구체적인 일정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북한이 21일 노동당 제7기 3차 전원회의에서의 핵실험 및 ICBM 발사 실험 중단,핵실험장 폐기를 선언했다.하지만 아직 핵 불능화와 핵 폐기까지 갈 길은 멀고 북한의 진정한 의도도 불투명하다.과거 북한은 동결→신고→검증→폐기 등의 단계화 전략을 사용했고 초기 조치로 제재 해제 등 보상을 챙기다가 검증·사찰 단계가 오면 약속을 깨뜨리는 악순환을 반복했다.그 사이 미국과 한국의 대통령은 바뀌었고 북한의 핵 무력은 완성되어 갔다.

네 번째 교훈은 남북 협력은 중앙과 정부가 아니라 지방과 민간 차원에서 먼저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남북은 분단과 접경의 지역인 강원도에서부터 신뢰를 회복하고 이를 바탕으로 남북강원도를 협력의 공간으로 만들어 한반도 평화와 동북아시아 협력의 전진기지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강원도는 평창 올림픽을 통해서 이번 남북정상회담의 물꼬를 트는데 큰 역할을 했고 공항,항만,국제회의장 등 국제적인 인프라를 구축했으며 동북아 국제협력을 선도할 수 있는 여건을 이미 충분히 조성했다.그리고 분단과 갈등을 체험하고 있는 접경지역의 대학들이 한반도 평화와 동북아 협력을 선도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동북아의 접경지역 대학들은 정부-민간의 1.5 트랙의 대화를 주선하고 한반도 평화와 동북아 협력을 위한 구상을 만들어 내고 협력의 주체가 될 인재를 양성하고 각국의 정부에 구체적인 정책을 제안해야 한다.이번 4월 김중수 한림대 총장과 김웅 연변대 총장이 협의한 한림대 글로벌협력대학원과 연변대학 국제대학원의 ‘한중일(러) 플러스 북한 캠퍼스 아시아 프로젝트’ 구상이 그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견고한 한미동맹의 토대 위에서 비핵화의 구체적인 로드맵을 만드는데 집중해야 하고 남북 협력은 접경지역과 민간의 역량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시작돼야 한다.과거의 교훈을 잊지 않을 때 비로소 평화의 훈풍은 불기 시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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