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판문각서 삼엄한 경호 속 깜짝 등장…문 대통령 흐뭇한 표정으로 환대
'가마形' 호위 받아 도보 이동 후 의장대 사열…국빈급 예우
송영무는 김정은에 목례만, 리명수·박영식은 문 대통령에 경례까지

▲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오전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만나고 있다 2018.4.27
▲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오전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만나고 있다 2018.4.27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군사분계선(MDL)을 사이에 두고 마주 서서 서로 오른손을 맞잡고 반갑게 인사했다.

김 위원장이 밝은 얼굴로 몇 마디 인사를 건네자 문 대통령이 흐뭇한 미소로 그를 맞아들였다.

전 세계로 실시간 중계된 두 남북 정상의 역사적 첫 만남은 이렇게 봄 날씨처럼 따듯한 분위기 속에서 감동적으로 이뤄졌다.

이에 앞서 오전 8시 6분께 청와대를 떠난 문 대통령은 1시간여 만인 오전 9시께 공동경비구역(JSA)에 도착, 판문점 남쪽 지역의 평화의집에 잠시 머무르다 자유의집 앞에서 대기했다. 김 위원장 도착 전 판문각 안에 있던 북측 여성들이 커튼을 열어 창밖을 살피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긴장과 호기심이 섞인 듯한 표정이었다.

김 위원장은 오전 9시 27분께 판문각 정문에서 북측 경호원 20여명의 삼엄한 경호에 둘러싸여 수행원들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전용 차량을 타고 계단 아래에 바로 내릴 것이라는 예상을 깬 '깜짝 등장'이었다.

북한 최고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남쪽 땅을 밟은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과 나란히 서서 먼저 북쪽 판문각을 바라보고 기념촬영을 한 뒤 남쪽 자유의집을 보고서도 거듭 기념 촬영을 했다.

이때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의 손을 잡고 다시 군사분계선을 넘어 약 10초 동안 북쪽 땅을 밟는 파격을 보였다.

김 위원장의 월경은 예정된 일이었지만, 문 대통령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쪽 땅을 밟는 것은 예상치 못했던 이벤트였다.

문 대통령이 남쪽 지역의 자유의집 방향으로 안내하는 손짓을 하자 김 위원장이 잠시 북쪽 땅을 함께 밟아보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제스처를 했고, 문 대통령이 이에 응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쪽 땅으로 넘어간 문 대통령의 오른손을 두 손으로 감싸며 활짝 웃었다.

두 정상이 붉은색 카펫이 깔린 판문점 남쪽 지역 차도로 걸어서 이동하기 전 교복을 입은 화동 2명이 김 위원장에게 꽃다발을 전달했다.

이들 화동은 민통선 안에 있는 대성동 마을의 대성동초등학교 5학년 남녀 어린이라고 한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어린이 환영은 새 시대를 열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며 "지난해 방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여러 정상도 어린이들이 환영했다"고 설명했다.

화동과 기념사진을 촬영한 두 정상은 전통 의장대가 도열해 있는 판문점 자유의집 우회도로를 통해 자유의집 주차장에 있는 공식 환영식장까지 130m를 걸어서 이동했다.

남북 정상의 선두에는 전통악대가, 양쪽에는 호위 무사가, 뒤쪽에는 호위 기수가 각각 서서 장방형의 모양을 이뤘다. 이는 두 정상이 우리 전통 가마를 탄 모양을 형상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정상은 오전 9시 40분께 사열단에 올라 의장대장 경례를 받은 후 의장대장의 '사열 준비 끝' 구령에 맞춰 다시 단장 아래로 내려와 의장대를 사열했다.

의장대는 단상에서 바라볼 때 군악대, 3군 의장대, 전통의장대, 전통악대 순으로 배치됐다. 군악대는 의례에 따라 4성곡 등 음악을 연주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사열대 끝에서 의장대장 종료 보고를 받고 김 위원장에게 우리 측 공식 수행원들을 소개했다.

김 위원장은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조명균 통일부 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 송영무 국방부 장관, 서훈 국가정보원장,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정경두 합참의장, 주영훈 대통령 경호처장,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순서로 악수했다.

송 장관은 김 위원장과 인사하며 상체를 굽히지 않고 '꼿꼿한' 모습을 보였지만, 악수하는 와중에 짧은 목례를 했다. 정 합참의장도 절도 있는 모습으로 김 위위원장과 악수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 소개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영철·최 휘·리수용 당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김여정 당중앙위 제1부부장, 리명수 총참모장, 박영식 인민무력상, 리용호 외무상,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 등과 인사했다.

이때 북한의 합참의장 격인 리명수 총참모장과 국방부 장관 격인 박영식 인민무력상이 잇따라 문 대통령에게 경례를 붙인 뒤 악수하려 손을 내미는 장면이 눈길을 끌었다.

두 정상은 이어 회담장인 평화의집 1층까지 걸어서 이동했다.

김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제1부부장이 가방을 손에 든 채 평소처럼 김 위원장 뒤를 따르다가 화급히 발길을 옆으로 돌려 카메라 앵글에서 빠지는 모습도 포착됐다.

김 위원장이 평화의집 1층 로비에 설치된 탁자에 앉아 방명록에 서명한 데 이어 두 정상은 민정기 화백의 '북한산' 그림을 배경으로 기념 촬영을 했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그림의 의미를 설명하고 같은 층에 있는 환담장으로 안내해 사전환담을 나눴다.

김의겸 대변인은 이 그림에 대해 "역사상 처음으로 남쪽 땅을 밟는 북쪽 최고지도자를 서울의 명산으로 초대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북 정상은 평화의집 2층 회담장에서 오전 10시 15분부터 일부 수행원과 함께 확대정상회담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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