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경한 강원국제비엔날레 예술총감독

▲ 홍경한 강원국제비엔날레 예술총감독
▲ 홍경한 강원국제비엔날레 예술총감독
‘악의 사전’을 주제로 한 ‘강원국제비엔날레 2018’은 평창동계올림픽의 문화올림픽 실현 외에도 강원도 문화유산으로써의 역할까지 부여된 행사였다.소위 잘 되면 레거시로 삼아 계속하고,망하면 역사 속으로 퇴장할 운명 속에서 치른 전시였다는 것이다.개최 결과에 따라 미래가 결정되는 환경에서 개막한 비엔날레는 다행히 호평으로 막을 내렸다.외신들은 이례적으로 2018년 주목해야할 세계 비엔날레 중 하나로 강원국제비엔날레를 꼽았다.20만명이 넘는 관람객이 전시장을 찾았으며 작품 수준과 흥행 면에서 국내 정상급 비엔날레 못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다.

강원국제비엔날레는 강원도가 그토록 고대하던 문화유산으로써의 가능성을 증명했다.변변한 전시장 하나 없는 현실에서 쥐꼬리만 한 예산으로 약 6개월 만에 일군 전시였기에 그 의미도 남달랐다.그러나 비엔날레가 폐막한지 한달여의 시간이 흐른 현재,비엔날레를 유산화하기 위한 작업은 가시적이지 않다.최근 문화올림픽 성공개최를 축하하는 자리가 잇따라 마련됐지만 향후 비엔날레의 향방에 대한 구체적 의견이 오간 자리는 아직 없다.실제로 16억 원에 불과한 가용예산으로 44일간 강원도의 문화적 역량을 선보인 강원국제비엔날레의 지속성을 안건으로 한 토론회는 물론 정책세미나 한번 없었다.대신 강원도는 단 하루짜리 행사에 24억원의 혈세를 쏟아 부으며 ‘올림픽 성공 기념 국민감사 대축제’를 열었다.

강원도는 지난 6일 문화올림픽 관련 레거시 창출방안을 도모한다는 명분 아래 ‘평창올림픽 성공기념 문화예술인 감사 리셉션’을 개최했지만 그 또한 비엔날레의 가치와 존속에 관한 진중한 대화무대는 아니었다.사실상 지역 예술인들의 노고를 격려하는 정도에 그쳤다.강원도가 무게감 없이 처신하는 사이 약 7억 원을 들여 전시공간으로 활용한 컨테이너 전시장은 철거됐다.건축물 자체가 하나의 예술품으로 손색없는데다,워낙 큰돈을 들인 공간이라 유지 목소리가 많았지만,안타깝게도 강원도와 지자체는 관심조차 주지 않았다.강원도가 ‘자축’에 열을 올리는 동안 비엔날레를 성공적으로 치르는데 중요한 밑동이 된 조직위 직원들은 하나 둘씩 짐을 쌌다.심지어 조직위원회마저 청산될 처지에 놓였다.직원들이 비엔날레에서 쌓은 경험을 연계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고,조직의 독립성과 자율성,효율성에 대해 논해야할 시점임에도 여전히 ‘행정’과 ‘조례’라는 단어만 반복되고 있다.

재정적,환경적 어려움 속에서도 높은 전시 수준과 흥행을 보여준 강원국제비엔날레는 화려한 성적만큼이나 도립미술관 하나 없는 현실에 대한 대안 모색,미술적 실천으로써 지역성에 관한 담론창출 등의 과제를 남겼다.그러나 어느 누구하나 팔걷고 나서는 사람이 없다.그저 입으로만 레거시를 외치고 있다.이런 식이라면 2년 후 강원국제비엔날레가 다시 열린다 해도 모든 것을 재시작 해야 한다.철저한 준비가 없다면 ‘동네전시’라는 불명예를 남긴 옛 ‘평창비엔날레’수준으로 되돌아갈 수도 있다.따라서 지금은 정책과 방향을 점검하고 반영할 단계이지 폭죽을 터뜨리며 와인 잔을 기울일 때가 아니다.2년,그거 금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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