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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으로 창을 내고 북으로 문을 여니

데스크눈
남궁창성 서울본부장

남궁창성 2018년 05월 02일 수요일
▲ 남궁창성 서울본부장
▲ 남궁창성 서울본부장
오래 묵은 살구나무 아래 작은 집 한채가 있다.방에는 횃대,시렁,안석 그리고 책상이 3분의 1을 차지한다.손님이라도 몇 사람이 오면 무릎을 맞대고 앉아야 하는 너무도 좁고 허름한 집이다.하지만 주인은 이 집을 평안히 여기며 독서하고 구도할 뿐이다.내가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이 하나의 방 안에서도 몸을 돌려 앉으면 방위가 변하고 명암이 달라지네.구도란 다만 생각을 바꾸는 데에 있으니,생각이 바뀌면 모든 것이 이를 따르는 법이지.자네가 나를 믿는다면 내 자네를 위해 창을 열어 주겠네.그러면 한번 웃는 사이에 이미 막힘없이 툭 트인 경지에 오르게 될 것이네.”

18세기 조선의 최고 문장가로 평가되는 혜환 이용휴(1708~1782) 선생의 ‘살구나무 아래 작은 집(杏嶠幽居記)’이라는 한자 87자로 구성된 짧은 산문이다. 내 생각을 바꾸는 일.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이다.내 생각 하나 바꾸는 것에 따라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달라진다. 허나.생각을 바꾸는 일.세상에서 가장 어렵다.선입견과 편견 그리고 고집이 생각을 붙들면 방향을 조금 틀어 보기가,자리 조금 옮겨 앉기가 그렇게 어려울 수 없다.어두 컴컴하고 좁디 좁은 시골의 골방에 갇혀 지내다 보면 벽은 점점 두꺼워지고 방은 점점 좁아진다.내 생각을 바꾸지 못하는 한,단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대한민국이 생각을 바꾸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도 생각을 고쳤다.북한이 남으로 창을 열었고 남한은 북으로 문을 냈다.남한은 북을 보고 앉았고 북한은 남을 보고 방위를 틀었다.2018년 4월27일 오전 9시30분 판문점.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군사분계선(MDL)을 가운데 두고 서로 웃으며 남에서 북으로,북에서 남으로 성큼성큼 걸어왔다.“(김)반갑습니다,(문)오시는 데 힘들지 않았습니까,(김)아닙니다.(문)반갑습니다.(김)정말 마음 설렘이 그치지 않고요,이렇게 역사적인 장소에서 만나니까,또 대통령께서 이런 분계선까지 나와서 맞이해준 데 대해서 정말 감동적입니다.(문)여기까지 온 것은 위원장님.아주 큰 용단이었습니다,(김)아니아니,아닙니다.(문)역사적인 순간을 만들었습니다.(김)반갑습니다.(문)남측으로 오시는데 나는 언제쯤 넘어갈 수 있겠나요.(김)그럼 지금 넘어가 볼까요….” 잠시후 김 위원장은 왼손으로 문 대통령의 오른손을 잡고 인도해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쪽으로 갔다.그리고 양 정상은 북측 판문각을 배경으로 21세기 최고의 사진을 촬영하고 다시 남으로 나란히 넘어왔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이날 정상회담,군사분계선 소나무 식수,도보다리 단독회담을 거쳐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을 발표했다.양 정상은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렸음을 8천만 겨레와 전 세계에 알렸다. 남북은 관계의 전면적이며 획기적인 개선과 발전을 이룩해 민족의 혈맥을 잇고 공동번영과 자주통일의 미래를 앞당겨 나갈 것을 약속했다.또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전쟁 위험을 해소하기 위해 공동으로 노력해 나갈 것을 다짐했다.그리고 남북은 한반도의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종전선언,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체제 구축도 맹서했다.

서로가 생각을 바꾸니 방위가 변하고 명암이 달라지고 있다.창을 열어주고 문을 내어주니 선입견과 고집이 먼지가 되어 날아가 버리고 있다.이제 남과 북이 새로운 꿈들을 위해 봄 바람이 불어 오는 곳을 향해 첫 걸음을 내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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