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회담의 깜짝 스타로 부상한 평양냉면에 이어 햄버거가 관심을 끈다.트럼프 대통령의 ‘햄버거 대화’가 새롭게 부각되면서다.트럼프는 대선 후보였던 2016년 6월 애틀랜타 유세에서 “김정은이 미국에 온다면 만날 것”이라며 “김정은과 회의 테이블에 앉아 햄버거를 먹으면서 대화하겠다”고 했다.그의 이 같은 발언은 북미회담이 성사되면서 실현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10대 시절 스위스에서 공부한 김정은에게도 ‘햄버거’는 익숙한 음식.두 사람 모두에게 ‘햄버거 대화’가 어색하지 않을 것이다.

햄버거는 대표적인 패스트푸드 음식이다.조리가 간편하고 식사 장소에 구애를 받지 않는다.이동 중인 차 또는 공원 벤치 어디에서나 먹을 수 있다.조리재료는 빵과 패티(돼지고기+쇠고기),양파,양상추,토마토,버터,오이피클,치즈 등.레시피도 어렵지 않다.구운 빵에 채소를 얹고 그 위에 토마토 양파 패티 피클 치즈 등 다양한 식재료를 탑처럼 쌓아 먹으면 된다.마주보고 먹기엔 다소 우악스럽지만 이만한 ‘원샷(one shot),원킬(one kill)’ 음식도 없을 듯.

엄밀하게 말하면 이번 북미정상회담은 휴전 중에 열리는 만남이다.전쟁을 끝내자는 ‘종전회담’ 성격이 짙다.양측 모두 전쟁을 끝내고 평화체제 구축을 희망한다.햄버거의 유래도 전쟁과 깊은 관련이 있다.칭기스칸의 몽골제국이 유라시아 대륙을 정벌할 당시 말 위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찾다가 발견한 것이 다지거나 간 고기, 즉 ‘패티’다.이 음식이 러시아에서 독일 함부르크로,다시 뉴욕으로 전파되면서 오늘의 햄버거로 자리 잡은 것.이제는 전 세계로 퍼지며 자본주의의 상징 음식으로 굳어졌다.

남북정상회담에서 메인 메뉴로 나온 ‘평양냉면’이 예상치 못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인기 뿐만이 아니다.금단의 땅 평양을 한 순간에 ‘맛의 도시’로 탈바꿈시켰다.북미 정상회담이 판문점에서 열리고,김정은 트럼프 두 사람의 단독 대화 테이블에 햄버거가 올려 진다면?‘판문점버거’로 불릴 이 신 메뉴는 회담 종료와 동시에 한반도의 운명을 바꾼 음식으로 회자될 것이다.음식은 언제 어디서 누가 먹느냐에 따라 그 품격이 달라진다.북미회담이 성공,‘핵 없는 한반도’가 결정된다고 상상해보라.판문점버거는 곧바로 평화를 상징하는 ‘피스버거’가 된다.그 가치를 어떻게 따질까.

강병로 논설위원 brkang@kado.net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