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무료급식소서 만난 어르신들
끼니 해결위해 노구 이끌고 방문
복지관 카네이션에 연신 손길
돌봄 수혜자 독거노인 절반 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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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버이날을 맞은 8일 춘천 북부 노인 복지관에서 어르신들이 무료급식을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박상동
이날 하루만이라도 부모의 무한 사랑에 감사하는 어버이날인 8일 무료급식소에서 만난 독거노인들의 하루는 오히려 더욱 쓸쓸하기만 했다.이날 오전 11시30분쯤 춘천의 한 무료 급식소.점심시간에 맞춰 홀로 방문한 한 독거노인은 복지관이 달아준 카네이션을 연신 쓰다듬으며 배식을 기다리고 있었다.짝을 이뤄 삼삼오오 모여 음식을 먹는 노인들의 모습 속에 외딴 섬처럼 마땅한 곳을 찾지 못해 홀로 구석진 곳에서 식사를 하는 노인들이 간간히 눈에 띄었다.이날 무료급식소를 찾은 200여명 중 40여명은 독거노인으로 경제적 어려움에 끼니를 때울 곳이 마땅치 않아 매일같이 복지관을 찾는다고 한다.

홍 모(85) 할머니는 집에서 거동이 불편한 몸을 끌고 20여분을 걸어와 홀로 식사를 하고 있었다.1년 전 큰 아들(63)을 심장마비로 먼저 세상을 떠나 보낸 홍 할머니에게는 매년 5월 8일이면 더욱 가슴이 애인다.남은 가족은 작은 아들 뿐이지만 연락이 끊긴지 오래다.홍 할머니는 이렇게 자녀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홀로 산지 10년이 넘었지만 부양가족이 있다는 이유로 제대로 된 혜택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홍 할머니는 “힘겹게 하루하루를 살고 있지만 그렇다고 자식 원망하는 애미가 어디있느냐 .다만 오늘이 어버이날이라 먼저 간 아들이 자꾸 떠올라 가슴이 아프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홀로 지낸지 50년이 넘은 최영순(91) 할머니도 이날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무료 급식소를 찾았다.한때 지낼 곳이 없어 춘천의 한 폐가에서 살기도 했다는 최 할머니는 “어버이날 복지관에서 카네이션도 달아주고,우리같은 사람을 위해 무료로 점심도 줘서 그저 고마울 뿐”이라고 말했다.복지관 관계자는 “오늘이 어버이날이어서 더욱 홀로계신 어르신들에게 신경을 쓴다”며 “작은 도움이라도 드리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지만 가족이 주는 따뜻함만 하겠느냐”고 했다.

한편 도내 독거노인은 2016년 4만1135명에서 지난해 4만7540명으로 늘었다.그러나 이중 노인돌봄 혜택을 받는 인원은 절반 정도인 1만1225명(23.6%)에 불과하다. 이종재·한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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