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청원 게시판이 연일 화제다.대형 사건이 터지거나 이슈화 될 때마다 국민들의 의견이 게시판을 도배한다.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을 맞아 지난해 8월17일 개설한 게시판에는 1일 평균 680여건의 청원이 올라온다.지난 4월20일까지 등록된 청원은 모두 16만8554건.이 가운데 2만명 이상이 동의한 청원건수만 158건이다.각 현안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그 만큼 컸다는 반증.청와대는 청원 게시판을 ‘민심의 용광로’라고까지 표현했다.

그러나 역기능도 적지 않다.‘떼법 창구’ 또는 ‘최고 권력의 오만’으로 비쳐지기도 한다.개선책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시작은 겸손했다.‘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얼마나 멋지고 맛스러운 표현인가.청와대는 “국정현안과 관련해 국민 다수의 목소리가 모여 30일 동안 20만 명 이상의 추천을 받으면 정부와 청와대의 책임 있는 관계자가 직접 응답한다”고 했다.이런 시스템을 통해 권역외상센터 지원을 비롯해 배우 고 장자연씨 성접대의혹사건 재수사,광주집단폭행 사건 등에 대한 청원이 제기됐다.그러나 지나친 측면도 없지 않다.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사건 재판장에 대한 파면 청원은 ‘삼권분립 원칙을 침해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그러나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국민청원 게시판은 우리사회에 내재된 의혹과 갈등을 공론화시켰다는 호평을 받는다.국민이 무엇을 원하고 바라는지도 비교적 소상히 드러났다.언론과 연구소 등에서 발표한 빅데이터 분석자료에 따르면 청원 내용 가운데 상당수가 인권,성평등,복지,노동 등 ‘사회권적 기본권’과 관련이 많았다.법과 제도를 고쳐서라도 문제를 해결하라는 요구다.물론,감정에 치우치거나 일방적인 분노를 표출한 내용도 적지 않다.그러나 그 자체도 ‘국민의 소리’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청와대는 국민청원을 통해 국민들이 바라는 세상이 어떤 것인지 좀 더 분명히 이해할 수 있게 됐다며 장점은 살리되 부족한 점은 보완하겠다는 입장이다.바람직한 자세다.국민과의 소통에 도움이 된다면 제도 개선과 국민제안 창구로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다만,이 같은 창구를 청와대가 독점하는 것은 위험하다.행정과 입법,사법 영역에서 다룰 일을 청와대가 시시콜콜 관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독점은 독단과 독재로 이어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강병로 논설위원 brkang@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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