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에서 꿈꾸는 청년, 농업가치·농촌 현실 ‘농방’ 일군다

대한민국에서 24살은 어떤 나이일까?자연스럽게 대학 캠퍼스를 거닐며 친구들과 함께 젊음을 즐기고 맛있는 음식과 멋진 장소를 찾아다니는 모습이 그려진다.취업준비를 위해 책상에 앉아 있거나 강의실과 학원을 오가며 취업에 집중하는 취준생의 모습도 익숙하다.하지만 이같은 평범함을 벗어던지고 젊음을 색다르게 즐기는 청년이 있어 눈길을 사로잡는다.

▲ 인제 청년농부 오창언씨가 자신이 직접 재배하는 인제읍 합강리 소재 블랙커런트 밭에서 유튜브에 올릴 영상을 촬영하고 있다.  최원명
▲ 인제 청년농부 오창언씨가 자신이 직접 재배하는 인제읍 합강리 소재 블랙커런트 밭에서 유튜브에 올릴 영상을 촬영하고 있다. 최원명

24살 국내 1호 농방유튜버
‘버라이어티 파머’ 활동 중
시청자 2만명 육박 큰 인기
1만6000여㎡ 규모 손수 농사
재배·유통과정 영상제작 공개


인제군 합강리 인근에 색다른 농부가 등장했다.24살 어린 나이지만 농사를 짓는다.카메라를 켜놓고 혼자 중얼거리는 모습의 낯선 풍경도 펼쳐진다.농촌에서 젊은 청년을 찾아보기 힘든 요즘 익숙하지 않은 광경이다.그는 구독자가 1만8000명을 넘는 유명 농방(농사를 짓는 방송·https://youtu.be/tdqn_KdhzYo)콘텐츠를 제작하는 국내 1호 농방 유튜버이자 본인이 땅을 스스로 구입해 농사를 짓는 청년농부 오창언씨다.

그의 하루 일과는 여느 또래들과는 사뭇 다르다.이른 새벽 기상해 식사시간과 잠깐의 휴식시간을 제외하면 해가 질 때까지 모든 일과를 밭에서 보낸다.그에게 있어 가장 멋진 장소는 직접 일궈낸 밭이다.오늘도 그의 손에는 대한민국 농촌의 미래를 만들어가겠다는 다짐으로 커피 잔과 전공서적 대신 농기구가 들려있다.

▲ ‘버라이어티 파머’ 유튜브 영상들.
▲ ‘버라이어티 파머’ 유튜브 영상들.
지난해 본격적으로 농사를 시작한 그는 농사를 짓는 부모님에게서 독립해 1만6000여㎡(5000평) 규모의 밭을 구입해 혼자 가꾸고 있다.

인제에서 태어나 농사를 짓는 부모님을 보고 자란 오창언씨는 자연스레 농업고등학교와 농수산대학교를 진학했다.농사에 익숙했던 그는 어느새 농부가 됐다.가장 잘 하는 것,하고 싶은 것을 찾던 그는 어머니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농부가 되기로 결심했다.무엇보다 농사를 잘 알기에 농부가 되고 싶었다.어릴적부터 농촌과 농업의 현실을 체감했던 그는 본인이 나서 무언가를 바꾸고 힘이 닿는 데까지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야겠다는 목표가 생겨났다.

지난해 농사 시작과 함께 2월부터 유튜브 영상도 함께 만들어 ‘버라이어티 파머’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다.농촌의 인구 감소와 청년 유출이 심화되는 상황에 농촌을 살릴 수 있는 색다른 접근 방법을 고민하다 고안해 낸 일이다.그가 만들어낸 영상은 구독자가 1만8000명 넘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농업과 농촌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시작한 일이지만 그의 꿈과 목표에 의미를 더했다.그는 “농촌의 현실과 농사의 가치를 젊은 친구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가 만드는 콘텐츠는 다양하다.농사에 필요한 정보나 생활 정보,장작패기,멧돼지 고기 먹방,농사를 짓는 과정을 보여주는 농방 등 농사에 대한 모든 것을 담아냈다.그는 영상에 광고를 달거나 구독료를 받는 것이 아닌 추가적인 수입 없이 영상을 만들고 있다.농방이 주목을 받으며 유튜브 스타로 인기를 끌자 최근에는 각종 매체에서 연락이 끊이질 않는다.유명 연예인들과 함께하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제의도 받았지만 단박에 거절했다.그는 “본업이 먼저였다.겉으로 드러나는 농부가 아닌 스스로가 일궈낸 결실로 확인하고 싶다”고 했다.

오씨는 올해 블랙커런트를 주작물로 4000그루를 심었다.그는 특별한 작물만 취급한다.지난해에는 생으로 먹는 초당옥수수와 인디언감자로 불리는 아피오스 등을 재배했다.농업의 선진화를 위해 품종 다양화라는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평범한 작물로 기본이 보장되는 농사를 지을 수도 있지만 새로운 작물들의 가능성을 확인해 침체돼 있는 국내 농업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는게 꿈이다.

또 현재 일구고 있는 밭의 규모를 확장하고 시장의 가능성을 증명해 소비자들과 직접 소통하고 경험하게 할 수 있는 방송을 제작하는 것이 목표다.영상을 통해 재배과정과 유통과정을 공개하고 소비자가 신뢰할 수 있는 농작물을 구입할 수 있는 새로운 유통판로를 개척할 계획이다.최종 목표는 ‘돈을 잘버는 농부’다.당연한 꿈같지만 그 속에는 깊은 뜻이 담겨 있다.본인의 모습을 통해 젊고 어린 청년 농사꾼들도 돈을 잘 벌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내고 싶은 욕심이 있다.또 농업에 대한 고정관념과 편견을 깨고 사람들의 인식의 변화를 끌어내 국내 농업이 활성화될 날을 기대하고 있다.오창언씨가 모든 사람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농부는 모두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위대한 직업입니다.현재 농촌 일손부족 문제와 생산량 감소 문제 등이 우리 농민들만의 고민이 아닌 모두가 걱정해야 할 중대한 사항이라는 것을 모두가 공감하고 이해했으면 좋겠습니다.지켜봐 주세요.더욱 발전할 농촌,새로운 농업의 시대가 올 때까지 노력할 것입니다.” 김도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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