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 가능해 보이지만 한순간에 물거품 될 수도 있어

우리를 비롯한 전 세계의 북핵 폐기 노력이 조금씩 결실을 맺어가고 있다.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7~8일 중국 시신핑 주석과의 회담에서 “최종적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한다”고 밝힌데 이어 12일엔 공식 성명을 통해 “23∼25일 풍계리 핵실험장을 갱도 폭파방식으로 폐쇄하는 행사를 갖는다”고 했다.북한 스스로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거듭 확인한 것이다.

북한의 이 같은 방침은 북미 정상회담을 한 달여 앞두고 나온 것이어서 비상한 관심을 끈다.‘핵 폐기’가 선언적 의미를 넘어 실질적인 행동으로 옮겨지고 있기 때문이다.물론 핵시험장 폐기는 ‘완전한 비핵화’로 가기 위한 첫걸음에 지나지 않는다.그럼에도 북한의 이번 조치는 중대한 의미로 받아들여진다.지금까지 보아왔던 북한의 행태와 완전히 차별화된 모습이다.공개적이고 도전적인 김정은의 행보에서 ‘진정성을 갖고 핵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북핵 폐기를 위한 지금까지의 노력과 과정은 비교적 순조롭다.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되고 한반도를 둘러싼 중국과 러시아 일본의 입장도 우호적으로 바뀌고 있다.북한도 그 어느 때 보다 적극적이다.자신들이 한 발언과 약속을 이행하는 것은 물론,투명성을 강조한다.핵시험장 폐기와 관련해서도 “핵시험장의 모든 갱도들을 폭발의 방법으로 붕락시키고 입구들을 완전히 폐쇄한다”고 했다.

우리 정부도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정부 고위관계자는 비핵화 시한과 관련해 “남북미 3개국 정상이 조속한 타결에 대한 큰 결의를 갖고 있다는 점으로 볼 때 과거의 어떤 핵 관련 합의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그러면서 “합의에 대한 이행 부분도 정상차원에서 의지가 실린다면 신속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북미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의 비핵화와 그에 상응하는 북한 체제안전 보장,제재 해제,경제지원 등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문제는 최종적 결과다.‘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가 가능하겠느냐는 의구심이 여전한 상황이어서 섣부른 예단은 금물이다.한반도 평화를 기정사실화 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현재 이루어진 것은 아무것도 없고,각각의 현상은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과정일 뿐이다.모든 것이 가능해 보이지만 모든 것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항상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하는 것이다.당장의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의 길은 여전히 멀고 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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