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대학가 지구대 가보니
끊임없이 울리는 무전기 소리
날씨 풀리면서 주취 신고 급증

“주말·휴일 근무 날이면 기도하고 출근합니다.”

날씨가 포근해지는 5월이면 늘어나는 주취자 등으로 ‘낮보다 밤이 긴’ 지구대 경찰관의 하루 24시간이 시작된다.지난 11~12일 새벽.춘천의 대학가에 위치한 중부지구대는 신고전화,쉴새없이 울려대는 무전기 소리로 야간근무가 시작됐다.여름날씨로 접어드는 봄철이면 주취자 신고가 빠르게 늘어난다.소위 ‘불금’이라는 11일에서 주말인 12일로 넘어가는 오전 0시4분쯤 주취자가 남의 집 담벼락을 넘었다는 경찰 신고가 접수됐다.경찰이 출동해 춘천 효자동의 한 주택에 도착해보니 A씨가 담벼락 아래 정원에서 혼자 앉아있는 모습이 포착됐다.출동한 경찰은 A씨의 신상정보 등을 물어보려했지만 술에 취해 경찰관을 밀치기도 했다.가까스로 진정시키자 A씨는 “예전에 내가 이 집에 살았다”면서 “옛 집이 그리워서 담을 넘어 들어왔다”고 말했다.

출동 후 지구대에 도착해서도 다음 순찰때까지 쉬는 것은 요원하다.문서 업무로 컴퓨터 앞에 앉은 것도 잠시,오전 1시쯤 또다시 신고가 들어왔다.효자동의 한 주택에서 데이트 폭력을 당했다는 현장으로 향했다.하지만 신고자 B씨는 술만 마시면 다투고 데이트폭력을 당했다고 신고하는 일명 악성 신고자였다.이밖에도 “원룸 앞을 차가 막고 있다.신원조회를 해달라”는 민원부터,일주일에 2번씩 같은시각에 반복해서 지구대를 찾아오는 민원인 등의 뒤처리로 지구대는 하얗게 불을 밝혔다.

경찰 5개월차인 박정우 순경은 “만취해 경찰에게 욕설하거나 폭력을 행사하고,사소한 개인민원을 해결해달라는 신고에는 난감할 때가 있다”며 “이번주 부터 대학가 축제가 예정돼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다.야간근무가 더 힘들어지겠지만 시민 안전을 생각하면 보람도 크다”고 말했다. 한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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