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영화 18편 국내서 10년간 8천400만명 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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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천만 돌파한 '어벤져스3'
세 번째 '어벤져스' 시리즈인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이하 어벤져스3)가 13일 오후 1시30분까지 누적 관객 수 1천1만8천909명을 기록하며 역대 21번째로 1천만 영화 반열에 올랐다.

'어벤져스3' 흥행요인으로는 무엇보다 마블 스튜디오가 지난 10년간 공들여 구축한 '세계관'의 힘이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이언맨이 하늘을 날아다니고 헐크가 파죽지세로 악당을 무찌르는 마블 이야기를 국내 관객이 친숙하게 받아들일 뿐 아니라, '어벤져스 영화라면 믿고 볼 수 있다'는 신뢰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어린이날 연휴를 끼고 개봉한 데다 마땅한 국내외 경쟁작이 없던 점도 흥행 가도를 달린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개봉 첫 주 일요일인 지난달 29일 스크린 점유율 49.8%, 상영점유율 77.4%를 기록하는 등 스크린을 싹쓸이한 때문에 기록적 흥행도 가능했다는 지적이 함께 제기된다.

◇ 10년간 8천400만 명 동원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어벤져스3'는 제작사 마블 스튜디오가 2008년 '아이언맨' 이후 모든 역량을 기울여 구축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10년을 총결산하는 영화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마블 코믹스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슈퍼 히어로 영화들이 유기적으로 결합한 가상 세계를 일컫는다.

첫 작품인 '아이언맨'을 시작으로 최신작인 '어벤져스3'까지 지난 10년간 모두 19편 영화가 발표됐다. 모든 작품이 시·공간적 배경과 설정을 공유할 뿐만 아니라 한 작품 스토리가 차기작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로 짜였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어벤져스3'에 앞서 국내 개봉한 마블 영화 18편 누적 관객 수 합계는 8천410만6천69 명에 달한다.

지난 10년간 남북한 인구를 모두 더한 것보다 많은 관객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구축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 것이다.

'어벤져스3' 성공은 이런 바탕 위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10년에 걸쳐 마블이 닦은 세계관과 이에 공감하는 두터운 팬층의 존재가 '어벤져스3'의 가장 큰 자산인 셈이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10년 동안 이어지면서 그 이야기 구조에 많은 사람이 익숙해졌다"며 "마블 캐릭터에 대한 팬덤이 형성됐고 그 팬들이 자발적으로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게 된 것이 성공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사실 '어벤져스3'는 상당히 불친절하다. 일례로 영화 첫 장면은 마블 17번째 작품인 '토르: 라그나로크' 결말에서 바로 이어진다.

전작인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만 본 관객은 토르가 왜 애꾸눈이 돼 아스가르드 난민선을 이끌고 지구로 향하다 타노스 습격을 받게 됐는지 알 리 만무하지만 마블은 어떤 설명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팬들은 자발적으로 미리 배경지식을 공부하거나 영화관을 나온 후 모르고 지나친 부분을 검색하는가 하면 이미 본 영화를 다시 보는 'N차 관람'에 나서는 열의를 보인다.

하재근 평론가는 "'어벤져스3'에 20명이 넘는 히어로가 등장하지만 영화에서 하나하나 사연을 소개해주지 않는다"며 "그런데도 영웅들의 이야기에 궁금증을 갖게 하고 스스로 찾아보게 하는 것이 마블이 10년간 축적한 힘"이라고 강조했다.

◇ 어린이날 덕 보고 경쟁작 알아서 몸 사려

'어벤져스3' 성공에는 영화 외적인 요소도 작용했다.

'어벤져스3'는 극장가 비수기로 꼽히는 봄 시즌에 개봉했지만, 어린이날 덕을 봤다. 이번 어린이날은 토요일이었지만 월요일인 7일이 대체공휴일로 지정돼 사흘 연휴가 이어졌다.

사흘 연휴 기간 '어벤져스3'가 불러들인 관객 수는 207만4천914명에 달했으며, 어린이날 당일인 5일 입장한 관객만도 82만867명이었다.

비수기에 개봉한 데다 '어벤져스3' 자체가 누구나 인정하는 강자였던 터라 경쟁작들이 스스로 몸을 사렸다. 덕분에 마땅한 경쟁 상대도 없었다.

4월 개봉작 중 누적 관객 수 100만 명을 넘긴 영화는 '램페이지'(138만 명)와 '바람 바람 바람'(119만 명)뿐이다. 5월 개봉작 중에는 '챔피언'이 89만 명을 동원하며 100만 명 고지를 넘보는 정도다.

한동안 1천만 고지를 밟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오락영화가 없던 점도 1천만 돌파 원동력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역대 외화 중 누적 관객 수 1천만 명 이상을 기록한 작품은 2009년 '아바타'(1천362만 명), 2014년 '인터스텔라'(1천27만 명), 2014년 '겨울왕국'(1천29만 명), 2015년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1천49만 명) 등 4편뿐이다.

영화평론가인 강유정 강남대 교수는 "최근 한국 영화는 '택시운전사'나 '1987' 같은 사회적 의미를 담은 작품이 흥행을 주도했는데 블록버스터 오락영화에 대한 수요도 있었다"며 "'어벤져스3'가 빈 여백을 제대로 공략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 피해갈 수 없는 스크린 독과점 논란

대작 영화가 출연할 때마다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스크린 독과점 논란은 '어벤져스3'도 피해가지 못했다.

'어벤져스3'는 개봉 당일 전국 2천461개 스크린을 차지하며 스크린 점유율 46.2%, 상영점유율 72.8%라는 기록을 세웠다.

이는 지난해 '군함도'가 세운 최다 스크린 확보 기록(2천27개)을 9개월 만에 갈아치운 것이다.

개봉 첫주 일요일인 지난달 29일에는 스크린 독식 현상이 극에 달했다. 총 2천548개 스크린을 차지하며 스크린 점유율 49.8%를 기록했으며, 상영점유율은 77.4%까지 치솟았다.

이날 하루 전국 극장에서 상영한 영화 4편 중 3편이 '어벤져스3'였다는 의미다.

이는 관객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어린이날 자녀와 함께 극장을 찾은 차모 씨는 "가족 애니메이션을 보고 싶었는데 좌석 수가 적어 일찍 매진됐거나 상영시간이 아이와 함께 보기에는 너무 이르거나 늦은 시간대였다"며 "결국 '어벤져스3'를 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멀티플렉스 극장 측은 '어벤져스3' 개봉 초기 예매율이 90%를 넘는 상황에서 스크린을 밀어줄 수밖에 없었음을 강변한다.

그러나 스크린 독과점을 방치할 경우 관객의 선택권을 제한할 뿐만 아니라, 팔릴 만한 영화만 살아남게 돼 문화 다양성을 저해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이석 영화평론가는 "'어벤져스3' 흥행은 어느 정도 예견됐지만 스크린 독점 때문에 단기간 기록적인 흥행이 가능했던 것도 사실"이라며 "한 작품이 비정상적으로 시장을 독점하는 데는 규제장치를 마련해야 공정한 경쟁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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