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1.“시험을 치르고 있는 중이다.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떠오르지 않는다.슬그머니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려 본다.4번에 표시한 답이 눈에 들어온다.왼쪽으로도 고개를 돌려본다.역시 4번에 표시를 했다.자기도 4번을 선택한다”

#사례2.“우연히 만난 친구와 식당을 찾았다.두 식당이 나란히 붙어 있었다.한 식당은 자리가 하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손님들로 북적였다.다른 식당은 손님이 거의 없었다.두 사람은 북적이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일상에서의 심리학 얘기를 엮은 ‘유쾌한 심리학(박지영)’ 책에 나오는 다른 사람이 어떤 행위를 하고 있기 때문에 따라하는 ‘동조(同調,conformity)’의 사례다.동조는 자기가 확실히 알지 못할 때 남이 하는 대로 따라가면 적어도 손해는 보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나타난다는 것이다.이 책에서는 또한 유행도 동조 때문에 나타난다고 분석한다.아주 똑같은 옷차림을 한 사람들을 두고 ‘유행이 아니고 개성’이라고 한들 그대로 들어줄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동조와 관련해 유행에 따라 상품을 구입하는 소비현상을 뜻하는 ‘밴드웨건효과(band wagon effec)’도 이에 해당된다.곡예나 퍼레이드의 맨 앞에서 행열을 선도하는 악대차가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효과를 낸다는 것이다.이 효과는 선거캠페인 과정에서 특정 후보를 위한 선전용으로 활용된다.선거 막판 “대세는 결정났으니,될 사람 밀어주자”등의 캐치프레이즈로 고민에 빠진 유권자의 지지를 유도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에는 ‘여론조사’를 통해 진짜 ‘될 사람’을 증명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자신에게 유리한 엉터리 여론조사로 유권자를 현혹하는 것이다.공직선거법도 이와같은 폐해를 막고자 여론조사 결과 공표에 엄격한 기준을 세우고,이를 위반하면 강력히 처벌하고 있다.이른바 ‘드루킹 사건’도 댓글을 통해 여론을 주도할 수 있다는 것에서 비롯됐다.댓글이 많으면 동조심리가 작동할 것이라고 여긴 까닭이다.

그러나 지금은 수많은 정보를 실시간으로 접하는 시대다.나아가 우리사회에는 촛불혁명 등 다양한 정치경험을 쌓은 성숙한 시민이 대다수다.국민의 여론을 댓글조작으로 어찌할 수 있다는 전제 그 자체가 민주시민에 대한 모욕이다.

천남수 사회조사연구소장 chonns@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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