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진단 - 도내 폐교 운영 실태
도교육청 폐교 230곳 관리 중
마땅한 활용안 없어 40곳 방치
상당수 지자체에 매각·임대
휴교제 도입 등 해결안 제안
화천 간덕초 우수사례 눈길

강원교육의 고질적 현안 중 하나가 폐교 대책이다.폐교는 강원도의 당면한 현재 실상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고령화와 청년층 이탈 등으로 줄어드는 학생수 만큼 늘어나는 문 닫는 학교들,지역 공동화로 마땅한 수요가 없어 방치되는 폐교는 ‘인구 절벽’의 강원도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지역 입장에서는 한때는 마을 구심점 역할을 했던 학교를 없앨 수도,계속 존치할 수도 없어 진퇴양난의 상황이다.강원도내 폐교의 운영 실태와 구체적인 활용 방안을 점검한다.

■폐교 무대책 40곳

강원도교육청이 현재 관리하고 있는 폐교 230곳 중 17%에 달하는 40곳은 마땅한 해결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그사이 폐교는 해마다 생겨나고 있다.1982년부터 올해까지 폐교된 도내 학교는 총 454곳이다.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새 31곳이 문을 닫았다.올해도 4곳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미활용 폐교는 삼척이 14곳으로 가장 많고 평창·영월 각 6곳,강릉 3곳,홍천·횡성·인제·정선 각 2곳,춘천·원주·철원 각 1곳 등이다.이중 1996년 폐교된 평창 수향초교는 건물이 노후한 데다 수요도 없어 올해 안으로 철거할 방침이다.그야말로 학교 자체가 사라지는 것이다.

무단점유 논란으로 민사소송이 진행 중인 폐교도 있다.철원 강포초는 “1년 계약”이라는 철원교육지원청과 “3년 임대기간을 두고 1년마다 재계약 하는 방식”이라는 임대자 간 의견이 좁혀지지 않아 현재 민사소송 절차를 밟고 있다.폐교 운영,관리에 헛점이 노출되면서 외부 전문기관을 통해 현재 대부된 173개의 폐교에 대한 관리 및 활용 실태에 대한 전반적인 진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자체만 바라보는 교육청

학생수 급감으로 폐교가 결정되면 도교육청은 임대나 매각 등의 방법으로 활용처를 찾는다.하지만 폐교 특성상 중심지와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고 학교 규모가 비교적 큰 폐교의 경우 수요가 많지 않다.폐교 자체에 대한 도교육청의 역할 역시 대폭 축소된다.더이상 교육이 이뤄지지 않는 곳이기 때문에 도교육청 재산으로 등록은 돼 있지만 보수 등에 많은 예산을 투입하지 못한다.현재 도교육청이 폐교 수리에 투입하는 예산은 연 평균 2억원 정도다.방수 작업에만 평균 7000만원이 소요되는 현실을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하다.관리·감독 인원도 각 지역교육청 별로 한 명에 불과한 점 역시 폐교 활용처 모색에 발목을 잡고 있다.도교육청 관계자는 “최소한의 수리만 진행하는 정도이고 지역 곳곳에 위치한 폐교를 한 명이 관리하다 보니 업무량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도교육청은 지자체만 쳐다보고 있는 실정이다.연 초마다 지자체와 폐교활용 계획을 논의할 뿐만 아니라 지자체가 대부,매각을 원할 경우 경쟁입찰 원칙을 깨고 수의계약을 통해 행정절차를 진행할 정도다.2014년부터 올해까지 매각된 폐교 39곳 중 41%인 16곳이 지자체 이름으로 매각됐다.도교육청 관계자는 “지자체가 관리해야 마을소득증대시설이나 주민 문화·복지시설로 활용해 ‘공익증대’라는 원래 목적대로 꾸준히 활용할 수 있다”며 “지역교육지원청 차원에서 주민들의 수요를 파악하기 쉽지 않고 투입할 수 있는 예산 규모나 지원 근거 등을 따져봐도 지자체가 폐교를 맡았을 때 훨씬 다양하게 이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국가관리 아젠다 돼야

폐교 활용 문제가 답보 상태에 빠지면서 폐교가 인구급감의 산물인 만큼 국가차원에서 이 문제를 연구해야 한다는 여론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현원철 강원교육희망재단 이사장은 “현재 폐교는 각 지역 단위에서 ‘알아서’ 해결하려는 측면이 큰데 지역정부만으로는 운신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며 “결국 학생수가 줄어들어 생긴 문제이니 국가차원의 로드맵을 설정하거나 논의의 장을 확대해 활로 모색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단순히 학교가 아닌 지역살리기 운동이 필수라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폐교로 결정됐다고 해서 당장 매각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활성화 방안을 도출하고 학생 수요가 생기면 다시 학교를 운영하는 방식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일종의 휴교제도를 도입하는 셈이다.전교조는 ‘농산어촌 교육 지원 특별법’ 통과를 요구하고 있다.

전교조 강원지부 관계자는 “인근 파주만 봐도 문화·출판 도시로 급부상하면서 지역이 성장하고 학교도 활성화 되고 있다”며 “신도시를 만드는 것처럼 농촌도시를 조성해 인구를 유입하고 일본에서 시행 중인 휴교제도를 통해 폐교된 학교를 다시 운영하도록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폐교에서 귀농학교로 변신

화천 간동면에 위치한 화천현장귀농학교는 폐교된 건물을 재활용한 우수 사례로 평가된다.1999년 9월1일자로 폐교된 화천 간척초를 화천군이 임대(대부)해 귀농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교육과정도 장기와 단기로 구분,3월부터 11월까지 9개월 동안 기숙사에서 숙박하는 교육을 비롯해 8박9일 과정,2박3일 과정,1박2일 과정,당일 과정 등 다양하게 구분했다.

또 농사교육 뿐만 아니라 생활기술 등 농촌생활 전반에 걸친 교육과 실습이 진행된다.이 같은 노력에 지난해에만 303명이 이 곳에서 교육을 이수했다.산림청,남북하나재단 등 타 기관의 위탁교육 의뢰도 꾸준하다.

현재 지난해 12월 기준 15명이 화천에 거주하고 토지를 매입,지역주민 유치라는 성과도 거뒀다. 오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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