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계관 제1부상 거부감 표명
구체적 비핵화 이행 쟁점 이견

북한이 미국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와 소위 리비아 방식의 핵포기 요구를 강하게 거부하면서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양측 간 의제 싸움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은 16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보도된 담화에서 “볼턴을 비롯한 백악관과 국무성(국무부)의 고위 관리들은 ‘선 핵포기, 후 보상‘ 방식을 내돌리면서 그 무슨 리비아 핵포기 방식이니,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니,핵,미사일,생화학 무기의 완전폐기니 하는 주장들을 거리낌 없이 쏟아내고 있다”며 “격분을 금할 수 없다”고 말함으로써 핵심 의제에 대한 북측 입장을 분명하게 밝혔다.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좌관 등 미 당국자들이 그간 여러 계기에 주장해온 비핵화 방식들을 조목조목 맞받아치면서 수용 불가를 명확히 한 것이다. 볼턴 보좌관은 그동안 “우리는 2003년,2004년 리비아 모델에 대해 많이 염두에 두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미국이 구체적인 보상을 하기에 앞서 북한이 비핵화 관련 조처를 해야 한다는 식의 관점을 드러낸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두 차례 정상회담을 통해서도 단계적·동시적 조치를 통한 문제 해결을 주장해왔다.어느 한쪽이 일방적 선행조치를 취하는 식으로 이행의 판이 짜이는 것을 거부한 것으로 볼 수 있다.김 제1부상은 미국이 거론하는 강력한 비핵화 목표인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에 대해서도 거부감을 드러냈다.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이 궁극적 비핵화 목표로서의 CVID 개념 자체를 배격한다기보다는 검증 방식이나 폐기의 불가역성 등 구체적인 비핵화 이행의 쟁점을 놓고 북미 간에 이견이 빚어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북한은 김계관 제1부상 자신이 6자회담 수석대표로서 참여했던 2005년 9·19 공동성명의 도출 과정에서도 한미에 경수로 제공을 요구하면서 포기 대상을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계획‘으로 한다는 선에서만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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