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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단상] 변치 않는 사랑을 위하여

김성일 2018년 05월 17일 목요일
▲ 김성일 전 강릉원주대 교수
▲ 김성일 전 강릉원주대 교수
낭만의 계절,팔짱을 낀 연인들의 모습이 곳곳에 보인다.많은 사람들이 낭만적 사랑과 이상적 결혼을 꿈꾸지만 시일이 지나면 대부분 전혀 다른 실체를 만나게 된다.결혼생활에서는 기쁘거나 행복한 순간도 가끔 있지만,씁쓸하고 고달프고 무미건조할 때가 훨씬 더 많다.직장생활의 불안,정서적 욕구불만,경쟁과 좌절,가사 분담,자녀양육에 관련된 죄책감,부모와 형제간의 갈등,자녀의 독립과 그로 인한 적막감 등은 비록 잘 나타나지 않더라도 누구에게나 있다.

우리는 누군가를 전적으로 만족시킬 수 없는 존재임을 알면서도 그런 존재가 되어줄 수 있을 것으로 착각하며,내가 찾아 헤매던 것을 바로 상대방이 갖고 있다고 확신한다.그러나 행복한 결혼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결혼하고 나면 사소한 것들이 중요하게 된다.대수롭지 않은 것들이 가정생활의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갈등도 그와 같은 일에서 유발된다.서로에게 맞춰가려면 어쩔 수 없이 갈등이 생기고 변화가 필요하다.사랑을 지속하는 데에는 상보성(相補性)보다는 차이를 수용하는 능력이 요구된다.영국의 에드워드 8세는 왕위를 버리고 미국의 이혼녀와 세기의 로맨스를 시작했지만 결혼 후 따분한 남편에게 싫증을 느낀 심프슨 부인의 구박과 멸시를 평생 받으며 불행한 결말을 맞았다.

사랑하고 사랑받는 법을 아는 것은 노력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나와 맞지 않는 인간을 사랑하는 방법을 알아내기보다는 알맞은 사람을 찾아내는 것을 관계 형성의 관건으로 파악한다.의사,회계사,기술자에게는 훈련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연인이나 부모가 되기 위한 훈련의 필요성에는 지극히 소극적이다.성숙한 사랑이란 상호 불일치를 감당하며 서로에게 대가를 바라지 않는 것이다.

사랑하는 연습을 꺼리는 것은 이 감정과 관련한 초기 경험과 관계가 있을지 모른다.우리를 최초로 사랑해준 사람들은 그들의 보이지 않는 노력을 내색하지 않았다.그들은 우리에게 사랑을 주었지만 그만큼 되돌려달라고 요구하지 않았다.자신의 상처받기 쉬운 면이나 불안,욕구를 내비치지 않았다.결과적으로 우리는 연인보다는 부모로서 알맞게 행동하는 사람들에게 사랑받았다.그리하여 우리는 바람직한 인간관계를 위해 마땅히 해야 할 노력을 다할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은 상태로 성인이 되었다.성인이 된 이후에도 마음 한 구석에는 부모처럼 우리의 마음을 이해하고 베풀어줄 연인을 그리며,이는 곧 재난을 예고하는 것이다.

낭만적 사랑에 허무함을 느끼는 결정적 이유가 있다면 아마 이 부분일 것이다.우리는 이상화된 어린 시절의 모델에 맞춰 사랑을 감상적으로 묘사한다.배우자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부모와 어딘가 비슷한 면이 있는 사람들에게 끌리는 것도 이러한 사실을 반영하는 것이다.그러나 어린 시절에 맛본 안온한 느낌을 되살려줄 성인은 어디에도 없으며,자신의 욕구를 채워주고 연약함과 불안을 막아줄 사람을 기대해서도 안 된다.어른의 사랑은 어릴 때 어떻게 사랑받았는지를 추억하는 것이 아니라,부모가 우리를 사랑하기 위해 무엇을 희생했는지 상상해보는 것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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