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두렵고 불쾌하며 소름끼치는 범죄를 꼽는다면?이 질문에 많은 여성들이 데이트폭력과 몰카 범죄를 꼽는다.전자는 사랑하거나 좋아하는 사람에게서 당하는 치욕이자 배신이고,후자는 성을 농락하거나 도구화시키기 때문이다.그러나 이런 범죄는 가혹하리만치 자주 발생한다.그 것도 가장 믿거나 가까이하는 사람으로부터.안타까운 건 몰카와 데이트폭력이 우리사회의 암묵적인 용인 속에 ‘괴물’로 성장한다는 사실.‘사랑싸움’ 쯤으로 여겼던 데이트 폭력이 강간,살인으로 흉포화 되고 있는 것이다.

데이트 폭력의 심각성은 통계에서도 명확히 드러난다.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박남춘 의원이 경찰청자료를 분석한 결과,지난 2016년에 입건된 데이트 폭력 사범이 8367명에 달했다.1일 평균 23명 꼴이다.유형별로는 74%가 폭행과 상해로 나타났지만 감금·협박(1017명),성폭력(224명),살인(18명),살인미수(34명)도 있었다.충격적인 것인 절반이 넘는 62.3%(5213명)가 데이트 폭력 전과자라는 사실.사랑하는 남녀 사이에서 지속적인 폭력이 발생한 것이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허락 없이 상대방의 몸에 손을 대는 건 명백한 범죄행위다.여기에 구구한 변명이 있을 수 없다.사랑하기 때문에 때렸다?억지이자 어불성설!심각한 건 데이트 폭력의 점진적 ‘진화’로 2015년 7692명에서 2016년 8367명,2017년 1만303명으로 매년 증가했다.여성긴급전화를 통해 상담이 이루어진 데이트 폭력도 2014년 1591건에서 2016년 4138건,2017년 8291건으로 눈에 띄게 늘었다.

‘용인된(?) 폭력’은 그 강도가 점점 강해진다.상습화 되는 것도 시간문제다.데이트 폭력 피해자의 46.4%가 가해자와 결혼했고,이중 17.4%가 가정폭력에 시달렸다는 통계는 유의미하다.폭력을 정당화 하거나 용인한 결과다.문재인 대통령이 몰카와 데이트 폭력을 ‘여성의 삶을 파괴하는 악성 범죄’로 규정했다.그러면서 처벌을 강화하라고 주문했다.실제로 ‘지속적 괴롬힘(경범죄처벌범 제3조 41호)’은 10만원 이하 벌금 또는 구류에 불과하다.데이트 폭력도 ‘사랑싸움’ 정도로 치부한다.처벌규정과 사회통념이 이러니 공권력이 제대로 작동할리 없다.대통령의 말처럼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

강병로논설위원 brkang@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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