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트럼프, 심야통화서 文대통령에 北태도돌변 물어…백악관내 회의론 커져"

▲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전 청와대 관저 소회의실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2018.5.20 [청와대 제공·EPA 자료사진=연합뉴스]
▲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전 청와대 관저 소회의실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2018.5.20 [청와대 제공·EPA 자료사진=연합뉴스]
북한의 태도 돌변으로 인해 세기의 비핵화 담판이 될 6·12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마음이 급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다시 본궤도에 올려놓기 위한 판 띄우기에 부심하고 있지만, 백악관 내에서는 북한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이 되살아나면서 회담의 성과에 대한 회의론이 점점 고개를 드는 모양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말인 19일 밤(현지시간)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를 하고 북한이 갑자기 태도를 강경하게 바꾼 배경 등을 놓고 문 대통령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그 '해석'을 구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0일 두 사람의 전화통화 내용을 잘 알고 있는 미국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통화는 30분이 좀 안 되게 이어졌다고 WP는 전했다.

WP는 '트럼프, 북한의 강경 돌변에 대해 한국에 조언을 구하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의 통화는 북한이 비핵화 합의 도출에 진지하지 않은 것 같다는 우려가 백악관 내에서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이뤄졌다"며 "다가오는 북미정상회담 준비 계획이 복잡해진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북한이 지난주 남북고위급 회담의 전격 중지를 발표한 데 이어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성명을 통해 북미정상회담 재고려 카드까지 던지는 등 최근 상황변화에 대응하려는 통화라는 해석이다.

오는 22일 워싱턴DC에서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을 목전에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으로 이뤄진 이번 '심야 통화'는 그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해 많은 신경을 쓰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는 게 대체적 분석이다.

현재 싱가포르에는 실행계획 문제를 다루기 위해 선발대가 이미 현지에 머무르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참모들도 WP에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회담에 전념하고 있으며, 계획을 계속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7일 북한 비핵화 모델과 관련, '슈퍼 매파'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주창해온 리비아 모델과 확실히 선을 그으면서 체제보장과 '경제적 보상'을 약속, 북한 달래기에 직접 나선 바 있다.

이를 두고 CNN 방송도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에게 자신이 정말 만나고 싶어한다는 걸 이해시킴으로써 북한과의 '쇼'가 계속 진행돼 나가길 원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김 위원장이 두 번째 중국 방문 이후 태도가 바뀐 것 같다며 그 배후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공개적으로 지목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말 김 위원장의 1차 방중 때에도 국가안보회의 석상에서 감정이 상해 화난 반응을 보였다고 백악관 집무동인 '웨스트윙' 참모들을 인용해 WP가 전했다.

중국이 김 위원장의 방중을 사전에 미국 측에 알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결국,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서한을 전달하며 진화에 나섰다는 후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ZTE(중싱·中興 통신)에 대한 제재완화를 시사하고 나섰던 것도 북한 문제를 둘러싼 중국의 막강한 '입김'을 감안, 대북 압박 공조 노선에서 중국을 붙들어 매기 위한 차원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고 WP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 궤도이탈 막기 행보에도 불구, 주변에서의 우려는 확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볼턴 보좌관은 주변 동료들에게 "회담이 잘 추진될 것으로 믿지 않는다"면서 '북한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신조'를 되풀이해왔다고 볼턴 보좌관과 가까운 한 인사를 인용해 WP가 전했다.

또한, 익명을 요구한 한 관리는 WP에 "남북 정상의 '평화회담'이 희열감을 가져다준 뒤 현실로 돌아올 필요가 있다. 북한이 더는 비핵화를 원하는 것 같지 않아 보인다"며 북한이 이미 '판문점 합의'의 일부 약속을 파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약속했던 내용을 얼버무리려 하거나 파생되는 다른 논리들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 관리는 "더 많은 조율이 필요한 게 사실"이라며 "시간이 남아있지만 많지 않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미국 고위 당국자도 WP에 "의제를 정하고 중요한 이슈에 대해 마무리를 할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며 "북한의 의도는 회담 전에 미국으로부터 더 많은 양보를 끌어내려는 것이거나, (북미정상회담이 열리는) 싱가포르에서 일이 잘 풀리지 않을 경우 트럼프 탓으로 돌릴 명분을 축적해놓거나, 아니면 회담에서 완전히 발을 빼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관리도 "북한의 최근 태도는 문재인 대통령이 묘사했던 것에서 꽤 거리감이 있어 보인다"며 "(태도를 돌변한 것이) 북한의 오래된 각본 같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북한의 과거 합의 파기 역사로 인해 외교정책 및 핵 안전 전문가들 사이에서 김 위원장이 핵무기를 포기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핵보유국 지도자로서 세계무대에서 위상을 굳히려고 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의구심도 여전히 제기된다고 WP는 전했다.

김 위원장이 방중 등과 맞물려 다시 원래의 강경한 태도로 '회귀'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안게 된 위험부담도 더 커졌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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