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의 첫 구절은 두고두고 음미할 만하다.맨 먼저 나오는 게 게 배움.“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기쁘지 않으랴(學而時習之 不亦說乎)”라 포문을 연다.다음은 친구.먼 곳에서 벗이 찾아오니 이 또한 즐겁지 않으랴(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라고 뒤를 잇는다.마지막은 마음.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성내지 않는다(人不知而不慍 不亦君子乎)는 대목이다.배우고 벗을 사귀고 마음을 다스리는 것을 화두로 던진 것이다.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배우고 수양하는 것이야 그렇다 치지만 피를 나눈 부모형제도 아니고 하필 친구인가?날 때부터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평생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 되기 때문이 아닐까.고정된 것이 아니라 늘 가변적 관계 속에서 의미가 규정되는 것이다.그러고 보면 논어가 던져놓고 있는 배움(學習),친구(朋友),불온(不慍)이라는 이 세 개의 화두 모두가 지극히 평범하지만 지극히 비범한 의미가 있다.

부모형제는 임의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지만 친구는 다르다.그 사람을 알려면 그가 만나는 친구를 보라는 말이 있다.친구를 잘 만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말해준다.개인 차원뿐만 아니라 기관이나 단체,국가 사이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친구는 인생의 다시없는 동반이다.서로를 성숙하게 하는 응원군이자 버팀목이 돼 준다.좋은 이웃을 두는 것 또한 든든한 친구를 얻는 것과 같은 것이다.

우리나라가 최근 중국과 어색한 관계를 푸는데도 친구라는 코드가 쓰인다.지난해 12월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을 국빈 방문하기에 앞서 CCTV와 인터뷰를 가졌는데 한중 양국의 우정을 강조했다.“처음 만나면 생소하지만 두 번 만나면 친숙해지고 세 번 만나면 오랜 친구가 된다(一回生 二回熟 三回老朋友)”라는 중국속담을 인용,시진핑 주석과의 세 번째 만남을 통해 양국관계가 돈독해지기를 소망한 것이다.

보름 전인 지난 9일 일본에서 열린 한중일 3국 정상회담에서도 그러하다.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와 만난 문 대통령은 3번째 뵙게 돼 오랜 친구같이 느껴진다며 친밀감을 표시했다.사드 문제로 경색된 양국 관계를 복원하고 곧 이어질 북미회담과 한반도 평화정착에 중국의 역할과 지지를 요청한 것이다.할 수만 있다면 얽히고설킨 문제를 푸는데 흉금을 털어놓을 수 있는 우정보다 좋은 묘약이 있을까 싶다.

김상수 논설실장 ssookim@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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