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블랙’ 이마리오 감독 인터뷰
국정원 대선 개입 영화화
“강릉서 독립영화 자리잡길”

▲ 이마리오 감독
▲ 이마리오 감독
“영화는 예술 장르를 통틀어 ‘현실을 바꿀 수 있는 힘이 가장 큰 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

강릉 명주동의 작업실에서 만난 이마리오 감독은 차분하지만 분명한 어조로 모든 질문에 충실한 답변을 내놓았다.그는 영화 감독의 길을 걷게 된 계기에 대해 “노태우 정권 시절 대학 생활을 하면서 우리사회의 부조리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됐고 이런 점을 고발하는 돌파구로 영화라는 매체,그 중에서도 다큐멘터리라는 장르가 적합하다고 생각했다”며 “젊은 시절엔 ‘다큐 영화를 통해 세상을 바꿔보자’라는 열망이 굉장히 강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23일 밤 강릉 신영극장에서 오는 7월 개봉예정인 신작 ‘더 블랙’의 특별 시사회를 가졌다.작품을 시작한지 4년 만이다.‘더 블랙’은 지난 2014년 ‘국정원 특검,박근혜 퇴진’을 외치며 분신사망한 고(故)이남종 씨의 발자취를 따라가면서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작품이다.당초 ‘메멘토모리’(Memento mori·죽음을 기억하라)라는 제목으로 제작에 들어갔지만 작업 기간이 워낙 길어지고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촛불집회,정권교체 등 예상치 못한 대형 사건들이 줄줄이 이어지면서 제목만 다섯번 바뀌었다.뿐만 아니라 작품의 방향,담아야 할 내용 등도 많이 조정됐다.정계 인사들의 인터뷰,촛불집회 현장의 뜨거운 분위기 등 수많은 촬영화면이 삭제됐다.

▲ 영화 ‘ 더 블랙’ 포스터.
▲ 영화 ‘ 더 블랙’ 포스터.
이 감독은 ‘더 블랙’이 어느 정도의 파장을 몰고 올 것 같느냐는 질문에는 회의적인 입장이다.하지만 그는 국가 정보기관의 대선개입 사건에 대한 기록을 남겨야겠다는 사명감과 평범한 시민 이남종씨의 죽음을 통해 우리사회의 자화상을 되돌아보자는 의도가 컸다고 설명했다.이 감독은 박근혜 정부 당시 ‘외압 아닌 외압’도 받았다고 고백한다.“해당 작품 작업 중 영화진흥위원회에서 공모하는 지원사업에 2번 응모를 했었는데 2번 다 떨어졌어요.서류조차 통과가 안됐죠.나중에 알고보니 ‘블랙리스트’에 올라있었더라고요.정권 바뀌고 나서 지난해에 같은 내용으로 다시 응모를 했는데 이번에는 떡 하니 붙었습니다.지원받으니 좋기는 하지만 한편으론 씁슬하더군요.정권에 따라 한 작품이 ‘대단한 작품’이 됐다가 ‘쓰레기’가 됐다가 하는 현실이 안타까웠어요.”

동해 출신인 이 감독은 서울에서 활동하다 지난 2009년 강릉으로 옮겼다.현재 강릉시영상미디어센터의 운영을 맡고 있는 ‘인디하우스’의 이사로서 지역의 미디어 문화 활성화를 위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그는 강릉처럼 보수적 풍토가 강한 도시에서 ‘독립영화’가 싹을 틔운 것이 대단한 일이라고 했다.“다양성을 존중하는 독립영화의 가치가 이 도시에 녹아들면 지금보다 훨씬 재밌고 활기 넘치는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라며 “강릉이 갖고 있는 강점을 어떻게 살려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이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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