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산 조오현 스님 열반송
대한민국 시조시인 발자취
신흥사·백담사 조실로 존경
‘유심’지 복간·‘불교평론‘ 창간
매년 만해축전 개최 인재 발굴
님의 침묵 서예대전 본사와 인연

▲ 2008년 8월12일 강원도민일보사와 만해사상실천선양회가 공동주최한 제6회 님의 침묵 서예대전 시상식에서 무산 조오현 스님이 작품을 둘러보고 있다.
▲ 2008년 8월12일 강원도민일보사와 만해사상실천선양회가 공동주최한 제6회 님의 침묵 서예대전 시상식에서 무산 조오현 스님이 작품을 둘러보고 있다.
‘천방지축 기고만장/허장성세로 살다보니/온몸에 털이 나고/이마에 뿔이 돋는구나 억!’(무산 스님의 열반송)

신흥사 조실 설악 무산 조오현 스님은 한국 불교 발전에 큰 발자취를 남긴 큰 스님인 동시에 한국을 대표하는 시조 시인이었다.강원도 설악산권의 대표 사찰인 신흥사와 백담사 조실과 조계종 원로의원을 맡고 있었던 스님은 문학을 통해 불교 사상과 가르침을 널리 전파해 불자들의 정신적 스승으로 존경받았다.

특히 말년에는 작은 독방에서 하루 한 끼 식사와 메모만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무문관’ 수행을 이어가며 번득이는 법문을 쏟아내 화제가 되기도 했다.짧지만 긴 여운을 남기는 시적 법문과 프란치스코 교황,스티브 잡스 등을 화두로 한 파격적인 법문은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스님은 원적에 들기 전 남긴 열반송에서도 자신의 생애를 ‘이마에 돋는 뿔’에 문학적으로 비유해 꿈 같고,그림자 같은 삶의 세계와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삶과 속성에 대한 깨달음을 일갈했다.열반송은 고승들이 입적할 때 수행을 통해 얻은 깨달음을 속세에 남은 중생들을 위해 남기는 마지막 가르침을 말한다.

▲ 입적한 무산 큰스님과 생전에 문학교류를 통해 호형호제하며 지냈던 박시교 시조시인 부부가 27일 오후 빈소를 찾아 분향하며 큰스님의 명복을 빌었다.
▲ 입적한 무산 큰스님과 생전에 문학교류를 통해 호형호제하며 지냈던 박시교 시조시인 부부가 27일 오후 빈소를 찾아 분향하며 큰스님의 명복을 빌었다.
특히 생전 “시조는 한국인의 맥박”이라고 설파할 정도로 시조 사랑이 각별했던 스님은 인제 백담사가 출가 본사인 승려이자 독립운동가,시인인 만해 한용운의 시맥을 이어 선시조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았다.1966년 ‘시조문학’을 통해 등단한 스님은 작품집 ‘심우도’(1979),‘만악가타집’(2002),‘절간이야기’(2003),‘아득한 성자’(2007),’적멸을 위하여’(2012) 등을 펴냈다.‘만악가타집’을 비롯한 여러 작품집이 미국,인도 등에서 번역·출간됐으며 일부 작품은 중·고교 교과서에 수록되기도 했다.

1996년에는 만해 스님의 사상과 유지를 기리기 위해 만해사상실천선양회를 창립,매년 ‘만해축전’을 개최하고 각 분야에서 위대한 업적을 남긴 인사들에게 ‘만해대상’을 시상했으며 강원도민일보사와 함께 ‘님의 침묵 서예대전’을 개최해왔다.

또 2001년에는 만해 스님이 창간한 ‘유심’지를 복간했으며 2003년에는 인제 백담사 초입에 ‘만해마을’을 조성해 문인들의 창작공간으로 제공했다.1999년 ‘불교평론’을 창간하고 2002년 ‘춘천불교방송’을 개국해 초대 사장으로 취임하는 등 전법교화 활동도 활발히 펼쳤다.이같은 업적을 인정받아 스님은 가람시조문학상,정지용문학상,고산문학대상,한국예술상 등의 문학상과 국민훈장 동백장,조계종 포교대상 등을 수상했다.

한편 무산 큰스님의 빈소가 마련된 신흥사 분향소에는 27일 전국 각계각층에서 조문객의 발길이 이어졌다.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빈소에 조화를 보내 무산 스님의 명복을 빌었다.국회불자모임인 ‘정각회’ 회장을 맡고있는 주호영 자유한국당 의원, 김진선 전 도지사, 성낙인 전 서울대총장,황우석 박사,조계종 교육원장인 현응 스님,명진 전 봉은사 주지스님,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 원장 등도 빈소를 찾아 큰스님의 영전에 분향 삼배했다. 김창삼·박주석·최유란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