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흥부네 가족같다” 한마디에 온가족 웃는다

모처럼 아빠 쉬는 날에 네 자녀와 함께 나들이 준비를 서둘렀다.서울에 친정이 있어 하루 신세를 지고 서울 나들이를 가려 했다.첫째,둘째는 각자의 가방에 본인들의 소중한 장난감과 텃실 이불을 챙겼다.셋째 예린이 낳기 전에 태교한다고 텃실로 이불을 만들었다.셋째만 만들어 주기 미안해서 큰아이부터 30타래 넘는 텃실로 이불을 만들어 갔다.시작은 좋았지만 하면 할수록 내 안에 숨어있던 불평이 한 보따리였다.실 한올 한올을 이을 때마다 백조왕자 이야기가 생각났다.막내공주가 마녀의 저주에 걸린 11명의 백조왕자에게 찔레가시로 옷을 만들어주면 다시 사람이 될 수 있는 사랑의 옷을 만들어 주는 이야기.그 동화에는 또 하나의 장치가 되어있었다.결코 옷을 만들면서 한마디도 할 수 없다는 것이다.그래서 아이들 이불을 만들어 주면서 난 불평하기보다 이 이불로 좋아할 아이들을 생각해 보자고 스스로를 다독이면서 막내공주 코스프레에 푹 빠졌었다.그렇게 만든 이불을 초등학교 다니는 아들,딸이 더 좋아한다.

친정에 가면 할아버지가 있고 할머니가 있고 맛있는 음식이 있다.결혼한 후 아침부터 저녁까지 매끼 식사를 준비하면서 느낀 것은 누군가 나에게 밥을 해준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이었나 하는 깨달음과 엄마 손맛에 대한 그리움이었다.갈수록 엄마의 음식이 그립고 또 그립다.내게 서울 나들이는 엄마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 샘솟는 곳이다.아이들도 할머니가 해 준 밥이 더 좋다고 한다.내게 없는 요리솜씨를 흉내내는 것은 아이들 성에도 차지 않는가 보다.음식이 만족스러워도 친정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것은 대단한 모험이다.아이들이 크면서 각자의 방을 쓰기 시작했지만 친정에 가면 한 방에 여섯 가족이 마치 합체 로봇처럼 뭉쳐야 하기 때문이다.그래도 아이들은 부비부비 얼굴을 비비며 좋다고 웃는다.잠은 이미 달아나 버렸다.신랑이 한마디 한다. “흥부네 가족 같다.” 나는 “그러게 흥부네 맞네! 우리도 가난하잖아”라고 웃으며 오지 않는 잠을 청했다.

새벽 6시가 되기도 전에 막내가 젖을 찾으며 나를 깨웠다.눈을 비비고 일어나 계획했던 청와대를 찾았다.한파주의보가 내려진 추운 겨울날 갔다 온 가족이 고드름이 돼 돌아온 후 봄꽃이 화사하게 인사할 때 다시 오자고 결심했었다.나라의 큰 어른이 살고있는 이곳에도 꽃이 피었다.사람도 인산인해를 이뤘다.아이들은 같은 곳을 두 번이나 왔다고 입이 나왔다.1시간 남짓 구경하고 나니 배가 고프다고 투덜거린다.“그래,역시 식후경이 최고지”라며 인사동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전미라·춘천 퇴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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