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발표한 6·13 지방선거 슬로건,‘아름다운 선거,행복한 우리동네’가 현재의 선거상황과 대비되며 묘한 여운을 남긴다.선관위는 이 슬로건과 함께 “가슴 두근거리는 그날 투표하세요!유월의 따뜻한 햇볕같이 우리 동네 민주주의는 더욱 아름다워집니다”라고 홍보한다.‘행복한 우리동네’라는 표현,나무랄데가 없다.지방선거의 의미와 지향점을 정확이 짚으며 유권자의 눈길을 끈다.그러나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는데도 동네 일꾼은 보이지 않는다.동네주민들과 한참 어울려야 할 후보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경기가 시작됐는데 선수와 관중은 물과 기름처럼 따로따로 엇갈린다.환호와 탄식,일희일비,박수,야유도 사라졌다.‘무관심·무쟁점·무견제’라는 3무현상이 고착화 되고 있다.동네와는 큰 관련이 없는 인물들이 경기장 한복판에 떡하니 버티고 섰기 때문이다.문재인·김정은·트럼프!북한의 핵과 한반도의 평화를 놓고 세기의 담판을 벌이는 그들 때문에 지방선거가 역대 최악(?)의 국면을 맞은 것이다.물론,진영과 처지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한쪽은 평화이슈가 반갑지만 다른 한쪽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

자의든 타의든 문외한이 무대를 장악하는 건 반갑지 않다.바람직하지도 않다.동네선거는 그 마을선수가 뛰어야 제격.비록 지방분권형 개헌이 물 건너갔지만 이번 6·13지방선거는 분권과 자치를 본 궤도에 올려놓을 중요한 무대다.‘17+226+737+87+2541+386+17+5’라는 숫자가 무엇을 의미하는가.분권과 자치,지방시대를 이끌어 갈 시·도지사와 구·시·군의 장,시·도의원,시·군·구의원,교육감,교육의원이다.비례대표를 포함해 모두 4006명.문 대통령을 비롯한 3국 지도자가 이들을 대신할 수 있을까.

묻지마 투표가 기승을 부리고,망국적 지역주의와 색깔론이 선거판을 뒤덮던 때가 있었다.그러나 지금 우리는 손바닥 위에서 지구촌 소식을 속속들이 들여다 볼 수 있는 ‘21C IT 시대’를 살고 있다.각자의 개성과 판단이 존중되는 지역화시대다.그러나 의아스럽다.가장 지역적이고 독립적이어야 할 지방선거가 거대 담론에 가로막혀 기를 펴지 못한다.행복한 우리 동네라는 슬로건이 무색하다.도지사 포함 235명을 뽑는 강원도 지방선거는 어떤 모습으로 전개될까.오늘부터 시작되는 선거운동이 모든 걸 말해줄 것이다.

강병로논설위원 brkang@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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