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농 이유, 청정 먹거리 원동력은 우리 아이들이에요”
유럽 다큐 제작진이 찾는
유기농 김치 장인 주인공
22년전 귀농 10년간 실패
친환경 고집, 국내외 입소문
농촌교육프로그램도 진행

김종화 뽕이네교육농장 대표는 22년 차 ‘귀농 선배’다.‘아이들이 먹을 음식’이라는 철칙 아래 고집한 친환경 농법과 김장으로 유럽 다큐멘터리 제작진이 찾는 ‘유기농 김치 달인’이 되기까지의 청정 농촌 라이프를 들어보자.

“김치는 한국인 밥상의 자존심이잖아요.”

지난달 24일 철원 근남면에서는 한국 김치와 독일 김치 장인의 특별한 만남이 이뤄졌다.‘독일식 김치’인 사우어크라우트(Sauerkraut) 장인 수잔 슈프(Susanne Schoof)가 한국의 김치 장인 김종화(56) 철원 뽕이네교육농장 대표를 만나기 위해 한국을 찾은 것.강원영상위원회 로케이션 지원으로 올 하반기 독일,프랑스 등 유럽에서 방영될 세계 음식 다큐멘터리 시리즈 ‘푸드 메이커스(Food Makers)’의 첫 번째 에피소드 ‘한국 김치와 독일 김치’ 촬영을 위해 만난 이들은 이날부터 5일간 철원을 무대로 서로의 김치를 맛보고 함께 만들어보는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

▲ 김종화(사진 오른쪽) 대표와 독일 사우어크라우트 장인 수잔 슈프
▲ 김종화(사진 오른쪽) 대표와 독일 사우어크라우트 장인 수잔 슈프
김종화 대표는 사실 ‘김치 장인’보다는 ‘농사꾼’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베테랑 귀농인이다.지난 1996년 땅값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연고도 없는 철원에 무작정 자리를 잡고 농사를 짓기 시작한 지 어느새 22년째.농사에 대한 아무런 지식이 없어 처음 10년 동안은 실패만 했다는 김 대표가 ‘김치’ 하면 떠오르는 명인들을 제치고 머나먼 유럽에서 김치를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의 주인공으로 선정될 만큼 주목받게 된 이유는 ‘유기농’ 그리고 ‘친환경’에 대한 확고한 철학 때문이다.제작사 측에서는 단순히 김치를 맛있게 담그는 것뿐 아니라 김치를 만드는 데 필요한 작물을 직접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키우고 발효시켜 ‘유기농 김치’를 만드는 장인을 찾고 있었고 이에 친환경 비영리단체 우프코리아가 김 대표를 추천하면서 섭외가 이뤄졌다.

▲ ▲ 김종화 대표가 만든 한국 김치와 수잔 슈프가 만든 독일 사우어크라우트.
▲  김종화 대표가 만든 한국 김치와 수잔 슈프가 만든 독일 사우어크라우트.
“귀농한 이유가 아이들 때문이었어요.둘째가 생기고 나니 도저히 직장생활과 육아를 병행할 수 없더라고요.아이들을 계속 다른 사람 손에 맡기는 것도 신경쓰였고요.그래서 차라리 귀농해서 아이들과 함께하자는 생각을 했죠.그렇게 한 귀농이니 도저히 농약이나 제초제를 뿌릴 수가 없었죠.그 밭에서 우리 아이들이 뛰어놀고 우리 아이들이 먹을 음식이 자라고 있었으니까요.”

그러나 ‘농사 초보’였던 김 대표에게 ‘유기농’의 길은 순탄치 않았다.고추를 시작으로 버섯,토마토 등 여러 농사를 시도했지만 요령도 없는 상태에서 농약과 제초제도 안 쓰자니 매번 다 망치기 일쑤였다.애써 키워도 판매할 만큼 커지지 않을뿐더러 벌레 잔뜩 먹은 결과물이 나오니 돈이 벌릴 리 없었다.농사로 돈을 벌겠다고 한 귀농이었지만 도저히 농사로 생계를 유지할 수 없었던 김 대표는 학교에서 방과 후 교사로,남편은 주유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야만 했다.귀농 후 12년이 지난 2008년까지도 김 대표에게 농사는 빚더미에 오르게 하는 마이너스 장사였다.

▲ 김종화 대표와 독일 사우어크라우트 장인 수잔 슈프가 ‘한국 김치와 독일 김치’를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 촬영을 하고 있다.강원영상위원회 로케이션 지원으로 지난달 말 철원 일원에서 촬영된 이 다큐멘터리는 올 하반기 30여 분 분량으로 독일 중부지역 공영방송 MDR과 프랑스,독일의 예술 공영방송 ARTE를 통해 방영될 예정이다.
▲ 김종화 대표와 독일 사우어크라우트 장인 수잔 슈프가 ‘한국 김치와 독일 김치’를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 촬영을 하고 있다.강원영상위원회 로케이션 지원으로 지난달 말 철원 일원에서 촬영된 이 다큐멘터리는 올 하반기 30여 분 분량으로 독일 중부지역 공영방송 MDR과 프랑스,독일의 예술 공영방송 ARTE를 통해 방영될 예정이다.
그러나 김 대표는 10년 이상 이어진 실패에도 ‘유기농’과 ‘친환경’을 포기하지 않았다.“무식해서 용감했다”는 그는 사람 몸에 들어가는 건데 안 좋은 건 그냥 안 뿌리면 되는 것 아니냐는 생각 하나로 뚝심 있게 ‘유기농’의 길을 걸었고 오랜 시간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자신만의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농약과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고도 작물을 잘 키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으며 올해부터는 비료도 음식물 쓰레기를 활용해 직접 만든 것으로 대체했다.그렇게 한 길을 고집한 김 대표의 유기농 김치는 조금씩 입소문이 나면서 제주도는 물론 외국에서도 꾸준히 주문이 들어오고 있다.시행착오 10년 만에 농사로 돈을 버는 진짜 ‘농사꾼’으로 거듭났다.

김 대표는 2011년부터는 농사와 김장 외에도 다채로운 농촌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있다.누에가 자라는 철원의 청정 환경에서 배추,고추 등을 직접 심고 수확해 김치를 만드는 ‘내가 만든 김치가 최고야’를 비롯해 ‘누에 관찰 일기’ ‘딸기랑 누에랑’ ‘우리 떡 이야기’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농업의 중요성과 자연과 생명의 신비로움을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이를 위해 김 대표는 농촌체험관광해설사,농어촌체험지도사 등의 자격을 취득했으며 뽕이네교육농장은 농촌진흥청·철원군 농촌체험농장,강원도교육청 일터체험제공 우수기관으로 지정·선정됐다.

최근 중장년층은 물론 청년들까지 귀농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여러 번 실패해본 김 대표는 “결코 쉽지 않기에 마냥 추천할 수 없다”고 딱 잘라 말한다.“현실적으로 일부 외에는 안정적으로 돈을 벌며 살기는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해요.그러나 분명 도시에서는 찾을 수 없는 많은 행복을 주는 일이기도 하죠.내가 건강하게 키우고 만든 농산물과 김치를 우리 가족과 사람들이 맛있게 먹을 때 느끼는 ‘수확의 즐거움’은 말로 표현할 수 없어요.또 아무리 돈이 많아도 깨끗한 공기와 물은 살 수 없잖아요.더 많은 사람들이 자연과 맞닿아 호흡하며 생명의 가치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최유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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