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남규 강원신용보증재단이사장
▲ 이남규 강원신용보증재단이사장
요즘 감자 값이 금값이다.그래서 일각에서는 감자를 ‘금(金)자’라 칭한다.최근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감자가격은 지난해보다 약 70%이상 상승했다고 한다.20㎏ 한 상자 당 도매가격이 무려 8만원을 넘나들고 있어 평년대비 약 두세 배 정도 올랐다.소매가격으로 보면 감자 한 알이 2000원가량 한단다.이쯤 되면 ‘감자대란’으로 불릴만하다.이처럼 감자 값이 오른 데에는 지난 해 봄 가뭄과 여름의 폭우 그리고 겨울한파로 감자생산량이 20%정도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한다.식량이 부족하던 시절,감자는 짧은 기간 수확이 가능하기 때문에 허기를 달래주는 구황작물(救荒作物)로 이용되었다.그러나 감자 값이 오른 지금은 그 상황이 역전되어 평창올림픽 금메달선수처럼 귀하신 몸(?)이 되었다.그러고 보면 감자가 ‘금(金)자’ 맞다.

중앙아메리카가 원산지인 감자는 유럽으로 전래되어 18세기 유럽에선 한때 ‘악마의 식품’으로 통했다고 한다.먹으면 탈이 나는 경우가 많아서다.감자 싹에 있는 ‘솔라닌’이란 독성물질을 모르고 먹었기 때문이라 한다.우리나라에선 악마의 식품까진 아니지만 약간 푸대접(?)을 받았다.감자는 조선중기 때 만주 간도지방에서 들여왔다고 전해지는데,고지대 산간구릉에 밭을 일구어 농사를 짓던 강원도 땅에 잘 맞았다.그래서 감자는 자연스럽게 강원도 대표작물이 되었다.그 때문에 강원도 사람을 일명 ‘감자바우’라 칭했고 감자하면 으레 강원도를 떠올렸다.‘감자’ ‘감자바우’란 표현은 우리끼리는 애칭이지만 남들이 애기할 땐 종종 비하하는 표현으로 들린다.아마도 감자가 지닌 태생적 한계(구황작물)로 비교당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리막이 있으면 오르막도 있는 법.이젠 감자와 강원도 감자밭이 뜨고 있다.

감자가 뜨고 있는 단적인 사례 한 가지.감자가 우주식량의 주역이 된다는 사실이다.미 항공우주국(NASA)에서는 2030년 무렵 인간이 화성에 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만약 화성에 간다면 매번 지구에서 식량을 가져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이를 위해 화성에서 농사를 짓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그 첫째 후보가 바로 감자다.감자가 뽑힌 이유는 단연 다른 작물에 비해 척박한 땅에도 잘 자라고 주성분인 탄수화물 외에 단백질,비타민C,철,아연 등 영양소가 풍부하게 들어있기 때문이라고 한다.또한 농사효율도 좋아서 같은 량의 물을 주었을 때 감자는 밀보다 2.4배,쌀의 2.8배의 에너지를 인간에게 줄 수 있다고 한다.이렇게 되면 미래엔 밀,쌀에 밀려 푸대접받던 감자의 위상도 더 높아질 것이다.

감자밭도 뜨고 있다.평창 동계올림픽 개폐회식이 열린 장소는 예전엔 감자밭이었다.그곳에서 생산된 감자는 우량종자가 되어 전국의 감자밭을 풍성하게 만들었다.올핸 그 감자밭에서 감자대신 역사적인 기적들이 생산되고 있다.모두가 한마음으로 열정을 발휘해 역대 가장 성대하게 치러진 올림픽이 그 첫째 기적이다.또 그 올림픽에서 싹이 터서 남북정상회담 개최 등 전개되는 일련의 일들이 그 두 번째 기적을 잉태하고 있다.이제 곧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다.이제껏 그래왔지만 앞으로도 난제들이 많을 것이다.감자가 척박한 땅에서도 생산되듯이 이 일련의 회담이 난제를 뚫고 좋은 결과가 오기를 기원하자.해마다 이맘때면 감자 꽃이 핀다.화려하진 않지만 소박한 매력이 있다.꽃말이 ‘당신을 따르겠습니다’라고 한다.꽃말처럼 올해 올림픽에 이어 또 하나의 기적이 따라오길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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