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는 임신 책임의 공동당사자인 남성은 배제하고 여성에게만 집중하는,여성입장에서는 한없이 무겁고 불공정한 화두이다.낙태가 여성이 결정할 권리이냐 범죄이냐 사이의 공론화는 여전히 진행중이지만 어떤 결론도 쉽지 않다.심장이 뛰는 생명을 멈추게한다는 데 가책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고 그렇다고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가볍게 볼 수도 없는 까닭이다.
낙태가 가장 힘든 사람은 생명을 잉태한 여성인데 그 여성이 자신과 태아를 고민해서 내린 결론이라면 그 결론은 당사자 여성에게는 최선일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본다.힐러리는 ‘제가 여성이 선택권을 갖는 것에 찬성하는 이유는 그것이 무엇이든 여성 스스로가 가장 심사숙고한 결정이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한다.낙태를 여성이 책임을 기피하는 행위로 해석할 수 없는 이유이다.
재작년 낙태 처벌을 강화하는 의료법 개정 입법예고안이 발표되자 여성들이 ‘나의 자궁은 나의 것’이라는 피켓을 들고 시위를 했었다.이 예고안은 취소되었다.
최근 낙태합법화 촉구를 위한 데모에 여성들이 다시 나섰다.청와대의 낙태죄 폐지청원도 23만명을 넘어섰다.지난 5월 27일 66%의 찬성율로 아일랜드가 국민투표에 의해 35년 만에 낙태법을 폐지했다.카톨릭국가인 아일랜드에서 높은 찬성율이 나온 것은 시사적이다.낙태가 가치의 문제보다 절박한 현실의 문제로 더 크게 다가옴을 알리는 시그널일 수 있다.
조미현 기획출판부 국장
mihyunck@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