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손열음 평창대관령음악제 예술감독
“ 감독직 제안에 여러번 고사
큰 책임감에 사고범위 확장
지역 친화적 축제 보여줄 것”

평창올림픽과 패럴림픽의 대미가 장식될 무렵인 지난 3월,이제 갓 서른이 넘은 원주출신 피아니스트 손열음(32)이 정명화(74)·경화(70) 자매의 뒤를 이어 평창대관령음악제 예술감독으로 선임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음악계 안팎에서 의아한 눈길과 함께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손열음의 나이나 경력이 전임 감독들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 점을 미뤄 ‘파격’이라는 시선이 주를 이뤘다.이런 주변의 큰 관심 속에서 평창대관령음악제 예술감독에 부임한 손열음의 고민은 남달랐다.지난 3개월 동안 예술감독으로 첫 음악제를 준비해온 손열음의 소감과 준비 상황을 들었다.

지난달 29일 평창대관령음악제 기자간담회를 통해 예술감독 취임 후 첫 공식 석상에 나선 손열음 (사진)은 평소 유쾌한 모습과 달리 다소 떨리는 목소리로 음악제에 대한 소개를 이어갔다.손열음은 이날 “결코 쉽지 않은 도전이었기에 만류하는 사람도 많았고 나 또한 여러 번 고사했다”며 그간의 부담감을 털어놓았다.2016년부터 평창대관령음악제 부예술감독으로 활동해온 그가 예술감독 정식 제안을 받은 건 지난해 말.이후 취임 한 달 전인 지난 2월까지도 감독직을 수락하지 못한 결정적인 이유는 전임 거장 감독들에 대한 부담이 아니라 그가 한창 연주활동을 펼쳐야 하는 연주자,특히 피아니스트라는 고민 때문이었다.

“피아노는 사실 개인적 성향을 가진 악기의 꽃이에요.그래서 저 또한 항상 혼자가 익숙했고 자유를 추구하는 스타일이었어요.그런데 갑자기 많은 사람이 함께하는 큰 프로젝트를 주도해야 하는 예술감독이라니,스스로도 부자연스럽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어요.연주에 전념해야 할 시기라는 주위 사람들의 반대도 컸고요.”

그러나 음악제의 지속적인 요청과 격려에 그는 결국 예술감독이라는 새로운 모험을 시작했고,이에 따라 그의 미래도 이전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무엇보다 큰 변화는 그의 시선이 개인에서 사회로 확대된 것이다.이전까지 그가 연주자로서 온전히 스스로에 집중해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구축하기 위한 치열한 고민을 해왔다면 예술감독으로 선 후에는 ‘음악,사회 그리고 강원도로부터 내가 받은 것들을 어떻게 돌려줘야 하는가’에 대한 새로운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사고 범위를 확장한 손열음의 미래는 당연히 더욱 가늠할 수 없어졌다.그런 그가 지휘할 새로운 평창대관령음악제도 마찬가지다.

그는 주제,레퍼토리,접근 방식 등 여러 면에서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음악제를 예고하며 기대를 부추기고 있다.강원도 출신의 예술감독이라는 부담감 때문일까.좀 더 지역 친화적인 축제로 만들 것이라는 의지도 확고히 드러냈다.손열음은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많은 사람이 함께할 때이고,그런 면에서 음악제가 일회적인 연주와는 달리 할 수 있는 역할이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난생 처음 해보는 음악제 준비와 연주 활동을 병행하는 것을 두고 “매일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다”고 비유하기도 한 그는 “불안감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음악 속에서 보다 많은 연주자와 관객이 행복할 수 있는 장을 만들기 위해 힘닿는 데까지 노력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손열음과 음악제의 새로운 도전을 확인할 수 있는 ‘제15회 평창대관령음악제’는 내달 23일 평창 알펜시아에서 개막해 14일간 펼쳐진다. 최유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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