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손열음 평창대관령음악제 예술감독
“ 감독직 제안에 여러번 고사
큰 책임감에 사고범위 확장
지역 친화적 축제 보여줄 것”
지난달 29일 평창대관령음악제 기자간담회를 통해 예술감독 취임 후 첫 공식 석상에 나선 손열음 (사진)은 평소 유쾌한 모습과 달리 다소 떨리는 목소리로 음악제에 대한 소개를 이어갔다.손열음은 이날 “결코 쉽지 않은 도전이었기에 만류하는 사람도 많았고 나 또한 여러 번 고사했다”며 그간의 부담감을 털어놓았다.2016년부터 평창대관령음악제 부예술감독으로 활동해온 그가 예술감독 정식 제안을 받은 건 지난해 말.이후 취임 한 달 전인 지난 2월까지도 감독직을 수락하지 못한 결정적인 이유는 전임 거장 감독들에 대한 부담이 아니라 그가 한창 연주활동을 펼쳐야 하는 연주자,특히 피아니스트라는 고민 때문이었다.
“피아노는 사실 개인적 성향을 가진 악기의 꽃이에요.그래서 저 또한 항상 혼자가 익숙했고 자유를 추구하는 스타일이었어요.그런데 갑자기 많은 사람이 함께하는 큰 프로젝트를 주도해야 하는 예술감독이라니,스스로도 부자연스럽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어요.연주에 전념해야 할 시기라는 주위 사람들의 반대도 컸고요.”
그러나 음악제의 지속적인 요청과 격려에 그는 결국 예술감독이라는 새로운 모험을 시작했고,이에 따라 그의 미래도 이전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무엇보다 큰 변화는 그의 시선이 개인에서 사회로 확대된 것이다.이전까지 그가 연주자로서 온전히 스스로에 집중해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구축하기 위한 치열한 고민을 해왔다면 예술감독으로 선 후에는 ‘음악,사회 그리고 강원도로부터 내가 받은 것들을 어떻게 돌려줘야 하는가’에 대한 새로운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사고 범위를 확장한 손열음의 미래는 당연히 더욱 가늠할 수 없어졌다.그런 그가 지휘할 새로운 평창대관령음악제도 마찬가지다.
그는 주제,레퍼토리,접근 방식 등 여러 면에서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음악제를 예고하며 기대를 부추기고 있다.강원도 출신의 예술감독이라는 부담감 때문일까.좀 더 지역 친화적인 축제로 만들 것이라는 의지도 확고히 드러냈다.손열음은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많은 사람이 함께할 때이고,그런 면에서 음악제가 일회적인 연주와는 달리 할 수 있는 역할이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난생 처음 해보는 음악제 준비와 연주 활동을 병행하는 것을 두고 “매일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다”고 비유하기도 한 그는 “불안감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음악 속에서 보다 많은 연주자와 관객이 행복할 수 있는 장을 만들기 위해 힘닿는 데까지 노력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손열음과 음악제의 새로운 도전을 확인할 수 있는 ‘제15회 평창대관령음악제’는 내달 23일 평창 알펜시아에서 개막해 14일간 펼쳐진다. 최유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