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준석 동부지방산림청장
▲ 최준석 동부지방산림청장
일제강점기의 산림수탈과 6.25 전쟁을 겪으면서 우리나라의 산림은 황폐해질 대로 황폐해져 산림녹화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로 여겨졌다.그러나 73년부터 87년까지 이어진 치산녹화사업 추진으로 UN으로부터 ‘2차 세계대전 후 국토녹화에 성공한 유일한 나라’로 인정받았다.그 이후 현재까지 숲가꾸기 사업 등 각종 산림보호 및 육성 사업을 통해 ha당 임목축적은 146㎥에 이르는 나라가 되었다.1952년에 ha당 13㎥이었던 것에 비해 11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이는 OECD 평균인 117㎥을 상회하는 것으로 우리나라의 산림이 잘 성장하였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숲의 내부를 자세히 살펴보면 마냥 낙관적이지는 않다.우리나라는 산림녹화 성공 이후 산림자원을 보호·육성하는 정책 추진으로 나무 벌채가 감소되었다.그러다보니 신규 조림사업이 줄면서 전체 산림면적에서 20년생 이하의 어린 나무가 6%밖에 안되고 상대적으로 40년생 이상은 72%를 차지한다.혹자는 오래 된 나무가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그러나 숲의 구성은 사람 사는 세상과 마찬가지로 연령대별 고른 분포를 보이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산림이다.최근 우리사회는 출산율이 낮아지면서 영유아가 줄고 일부 시골 지역에서는 초등학교가 폐교되기도 한다.현재 우리나라는 고령화사회를 넘어 지난해에 이미 고령사회로 진입하여 이제는 인구구성문제가 심각한 사회경제문제로 대두되고 있다.산림도 마찬가지로 현재처럼 신규조림을 안하고 이대로 지속되면 몇 십년 후면 노령림이 전체 72% 차지하게 된다.그렇게 되면 기후변화에 취약하고 탄소흡수 능력도 떨어지고 임목가치나 품질도 떨어져서 숲의 경제적 사회적 가치도 악화된다.노령림이 72% 이상이면 고령사회는 물론 초고령사회를 넘어 그야말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동부지방산림청은 10개 시·군 내 국유림 38만5000ha를 관할한다.관할 국유림의 ha당 임목축적은 175㎥으로서 전국 평균(146㎥)을 훨씬 상회하는,우리나라에서 가장 우수한 산림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지역이다.그런데 숲의 구성을 보면 20년생 이하의 산림이 4%에 불과하고 40년생 이상 산림이 83%이다.우리나라 전체 산림 평균보다 영급별로 더 불균형한 상태이다.지금부터 차분히 신규 조림을 시작하지 않으면 점차 노령림만 늘어나고 장기적으로 숲이 쇠퇴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게다가 지속가능한 숲의 이용과 목재의 생산이 어려워진다.기후변화에도 대비해서 노령화되는 숲을 점진적으로 기후변화 대응 수종으로 바꿔나가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산림이 영급별로 불균형하게 된 것은 어쩔 수 없는 시대적 상황에 기인한 것이기도 하다.황폐한 산지를 단기간에 녹화하면서 숲의 연령대가 편중되었다.또한 과거 헐벗은 산지를 안정시키고 척박한 토양에서도 자랄 수 있는 나무를 우선 심어야 했기에 조림수종도 한계가 있었다.그러나 이제는 산림 내 토양도 안정되고 비옥해져서 목적에 따라 다양한 가치를 가진 나무를 심기가 수월해졌다.보다 경제성이 높은 나무를 심고 키울 준비가 된 것이다.또한 최근에는 가장 주목받는 숲의 기능중의 하나가 바로 탄소흡수 기능이다.지구온난화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탄소를 흡수하는 숲을 늘리면서 또한 탄소를 고정하고 있는 목재제품을 많이 사용하여야 한다.그런데 숲의 탄소흡수 능력은 나무가 커지고 노령림으로 변할수록 떨어져서 점차 감소하게 된다.

그러므로 산소생산량과 탄소흡수량이 줄어드는 노령림을 벌채해 목재로 이용하고 어린나무를 조림하는 작업이 적기에 이루어져야 한다.그렇게 되면 숲의 연령별 적절한 조정과 균형 있는 숲의 구조가 되면서 탄소흡수량이 높고 활력 있는 숲이 되고 또한 지속가능한 산림경영을 실현할 수 있게 된다.전 국토의 64%인 산림을 경제적·환경적으로 그리고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는,지금부터라도 경제성과 함께 기후변화와 재해에 강한 수종을 더 많이 심는 체계적인 조림확대 정책을 차분히 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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