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의리(義理)가 있어야 한다고 한다.배우 김보성 씨는 늘 의리,의리하며 의리를 입에 달고 다닌다.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의리의 사나이라고 한다.이 의리라는 게 도대체 뭔가.의리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할 도리’ 또는 ‘사람관계에서 지켜야 할 바른 도리’쯤으로 풀이된다.그렇다면 남녀를 구분할 것 없이 인간이면 누구나 지켜야할 보편적 가치와 도리를 일컫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의리하면 유독 남성에게 강조되는 것 같다.남자가 의리를 빼면 시체나 다름없다고 하는 말이 있다.의리를 남성성의 상징하는 덕목으로 끌어다 놓고 있는 것이다.그러나 사람의 도리를 남녀로 구분해서 인식하는 것은 어폐가 있는 것 같다.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보다는 의리라는 것은 사람과 동물을 구분하는 덕목이 아닐까 한다.동물적 본능에 따라 행동한다면 구태여 이런 의리를 따질 것도 없다.

그저 힘의 논리에 따라 움직이고 이것이 정글의 질서를 만들어가게 된다.그러나 사람이 살아가는 세상이 이와 같을 수는 없는 것이다.인간세상은 힘이 아니라 이성을 통해 공존의 틀을 만들어가는 것이다.의리야말로 그 기계적 이성의 단계를 넘어서는 그 무엇에 해당한다.예부터 의리를 중시하고 이것이 무너지는 것을 경계한 것은 바로 공존의 틀이 깨어지는데 따른 본능적 보호기제가 작동한 게 아닐까 한다.

그래서 의리는 일상에서의 실천 과제인 동시에 오랜 학문적 궁구의 화두가 돼 왔다.어느 날 자로(子路)가 스승에게 군자의 용기에 대해 물었는데 공자(孔子)는 오히려 의리를 강조한다.“군자는 의로움을 으뜸으로 삼는다.군자가 용맹하기만하고 의로움이 없으면 난을 일으키고,소인이 용맹하기만하고 의로움이 없으면 도적질을 한다(君子義以爲上 君子有勇 而無義爲亂 小人有勇 而無義爲盜)”라고 한 것이다.

의리는 개인의 도리이자 정치의 요체다.‘예기(禮記)’에서는 군신의 의리를 설명하고 이것을 치국(治國)의 근본으로 봤다.“의리를 분명히 하는 것은 임금,일을 능히 하는 것은 신하(明其義者君 能其事者臣)”라는 것이다.의리가 분명치 않으면 임금 노릇 온전히 못하고,일을 제대로 못하면 신하 노릇 못한다는 얘기다.모레가 6·13 지방선거다.누가 허풍만 떠는 사람인지,누가 의리를 지킬 인물인지 눈여겨보자.

김상수 논설실장 ssookim@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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