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정열 강원도선거관리위원회 사무처장
▲ 임정열 강원도선거관리위원회 사무처장
“OOO의 당선을 축하드립니다.앞으로 지역을 잘 이끌 것이라 믿으며 저 또한 협조를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중략) 이 말만은 꼭 해야겠습니다.아무리 선거판이지만 (중략) 이런 일이 다신 반복되지 말아야…”

16년 전 경험했던 선거 당선증 전달식 장면중 하나의 모습이다.당선자가 아닌 낙선자의 축사 일부다.당시 근무하던 선관위에서는 당선증 전달식에 낙선자도 참석,축사를 하는 행사로 추진했다.당락이 드러나면 이를 인정하고 당선 축하 메시지를 전하는 미국 등의 모습을 보고 우리도 못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었다.선거 전에 후보자들을 설득해 협조 약속도 받아뒀다.그런데 개표에서 당선의 윤곽이 드러나고부터 낙선자의 입장이 ‘불참→참석→논의중’으로 몇차례나 번복됐다.결국 지방의원 낙선자 일부만 함께 한 가운데 행사는 시작됐다.그런데 군수 당선자의 인사말이 끝나갈 때 쯤 장내를 웅성거리게 하며 군수 낙선자가 들어왔다.글머리에 소개한 부분이 뒤늦게 참석한 이 낙선자의 축사다. 짐작하겠지만 중략된 내용은 낙선자가 선거 과정에서의 불만을 토로한 부분이다.기관·단체장 등의 당황스러워 하는 모습과 축하하러 온 주민들의 불만섞인 표정 속에 기묘하게 행사가 마무리 되었다.

옛 이야기를 꺼낸 것은 16년 전의 이 행사가 어색했지만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강원도선거관리위원회는 오는 14일 오후로 예정된 당선증 전달식에 낙선자가 참여하도록 추진하고 있다.선거 당락과 관계없이 화합에 앞장서고 지역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경쟁후보의 정책도 수용하겠다는 서약서에 도지사 및 도교육감 후보자들의 서명도 받았다.화합을 바라는 도민들의 영상메시지 등도 준비하고 있다.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당선증 전달식에서 낙선자를 보기 어려울 것이란 의견이 대부분이다.낙선이라는 충격과 선거과정의 앙금은 세월이 흐르면 희석되겠지만 선거 직후에 곧바로 치유되기는 어렵다.때문에 ‘그 자리는 당선자가 주인공이다’ ‘잔치분위기 흐리기 싫다’라는 등의 핑계로 낙선자가 참석하지 않을 것이란 견해가 많은 것이다.그러나 모두가 당선될 수 없다는 것이 선거의 본질이고 후보자의 숙명이라면 스트레스는 쌓아두기보다 어떤 계기를 이용해 털어버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상당한 기간이 지나 16년전의 그 군수 낙선자를 다시 만날 기회가 있었다.그 인사는 “모두가 반대했지만 억울함의 일부라도 풀고 싶어서 주변사람들 몰래 참석했는데 지나고 보니 아무것도 아니더라.그때 왜 그렇게 이야기 했는지 당선자에게 정말 미안했다.그러나 응어리는 풀어지더라”고 털어놨다.이처럼 당선증 전달식에 낙선자가 참석하면 지역화합은 물론 낙선자가 일상으로 조기에 복귀하는데도 도움이 된다.무엇보다 선거의 끝은 분열과 갈등의 심화가 아니라 지역발전의 출발점이 되는 생산적인 선거문화에 일조하는 것이다.

“선거는 축제다” 또는 “축제이어야 한다”고들 한다. 여기서의 축제는 먹고 마시는 흥청망청이 아니다. 선거에서의 논쟁으로 만들어진 갈등요소들을 정리하고 축하와 위로,승복과 포용으로 결과를 나누는 화합의 새출발이어야 한다. 낙선자가 당선증 전달식에 참석해 축하해주는 멋진 모습, ‘불가능할 것’이라는 절대다수의 예상이 뒤집히는 신선한 장면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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