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지방선거가 야당의 참패로 끝났다.“예견된 결과였다”는 것이 중론이지만 해석은 제각각.‘지방선거에 지방이 없었다’는 이야기부터 남북·북미 정상회담,문대통령의 독주,홍준표 대표의 막말 등이 승패에 영향을 준 원인으로 꼽힌다.그런데 이 것 뿐일까.아니다.‘이부망천’으로 압축된 정태옥 한국당 대변인의 지역 비하발언을 꼽지 않을 수 없다.지방선거에서 인천과 부천 등 특정지역을 깎아내린 발언이 지역유권자들에게 엄청난 모멸감을 안겼고,그 여파는 전국으로 확대됐다.왜?

정 대변인의 “이혼하면 부천 가고,망하면 인천 간다”는 이부망천 발언은 한국사회의 고질적인 ‘수도권중심주의’를 압축한 상징적 표현이나 다름없다.옳고 그름을 떠나 우리사회에 일반화된 인식을 명확히 드러낸 것이다.그런데 정치인이 아닌 사회학자가 이 말을 했다면 어떤 반응이 나왔을까.상황은 달랐을 것이다.이부망천은 대학입학과 대기업 취업,부동산 구입과 연계된 ‘IN SEOUL’의 다른 표현이다.한국사회의 뿌리 깊은 서울 중심사고이자 지역 멸시!

19세기 조선시대는 어땠을까.목민심서의 저자 정약용은 귀양살이를 하면서 두 아들에게 절대 수도권을 떠나지 말라고 당부했다.“벼슬에서 물러나더라도 서울에 살 자리를 마련하라.가세가 쇠락하여 도성 안에 들어갈 형편이 못 되면 근교에 터를 잡고 생계를 유지하라.그리하여 재산이 좀 모이면 서울 한복판으로 옮겨라”고 했다.‘문화(文華)의 안목(眼目)을 떨어뜨리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이유였다.다산의 이 같은 인식은 21세기 한국 사회에서도 변함이 없다.‘서울에서 가까운 십리 이내’를 고집한 정약용과 사회·경제적 사정에 따른 ‘서울-부천-인천’ 이주를 설명한 정 대변인의 말은 같지 않은가.

한국정치는 이번 선거에서도 ‘서울’과 ‘중앙’을 벗어나지 못했다.국민과 약속한 지방분권개헌은 물거품이 됐고,중앙 논리에 밀려 지역 의제는 설 자리를 잃었다.모든 의제를 중앙정치권이 독점하며 지방선거에서 ‘지방’을 홀대하고 실종시켰다.변방의 벼랑 끝으로 지방을 밀어냈다.이래놓고 ‘지방선거’라 이름붙이면 곤란하다.이번 선거는 ‘서울공화국은 한국인들의 삶을 황폐하게 만들 뿐’이라는 사실을 다시 증명했을 뿐이다.지방출신 국회의원이 뱉은 이부망천이 그것!

강병로 논설위원 brkang@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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