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삼척 동해중부선 철도
2009년 착공 2020년 완공 계획
영남·강원도 인·물적 교류 촉진
강릉∼제진 잇는 동해북부선
완공땐 북 거쳐 파리행도 가능
강원도 남북 SOC 1순위 사업
정상회담 훈풍타고 논의 급물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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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새 길이 열린다

동해안은 철도 문명의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하는 ‘철도 낙후지’였다.열차가 다니는 곳은 부산∼포항을 잇는 최남단 동해남부선(142.2㎞)과 도내 삼척∼강릉(57.2㎞)을 잇는 기존 영동선 뿐 이었다.

그러나 지난 2009년 4월부터 포항∼삼척(166.3㎞) 동해중부선 철도 개설 공사가 본격 착공되면서 새 전기를 맞게 됐다.포항∼삼척은 올해 1월 포항∼영덕 구간(44.1㎞) 1단계 공사가 완료돼 이 구간 열차 운행이 시작된데 이어 오는 2020년에는 전구간 개통을 보게 된다.포항∼삼척 철도 개설은 영남권과 강원도 동해안의 인적·물적 교류를 촉진시키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연결 교통로라고는 국도 7호선 딱 1개 노선 밖에 없는 강원∼영남 동해안에 대량 수송의 총아인 열차길 교역로가 새롭게 열리는 것이다.

남은 과제는 강릉∼고성 제진을 잇는 동해북부선(104.6㎞) 철도다.동해북부선만 놓이게 되면 부산에서 어묵국으로 아침을 먹고,강원도 고성의 물회로 점심를 먹는 기차여행이 현실로 도래하게 된다.더 나아가 이 철도는 북한을 거쳐 유라시아 대륙 횡단철도(TSR,TCR)와 연결되면서 강릉발 파리행 ‘평화특급열차’의 기대까지 더하는 꿈의 노선이다.

동해안 철도 개설상황

한국철도시설공단 영남본부 동해북부사업단(포항 소재) 관계자는 “지난 1월 포항∼영덕 구간 개통에 이어 지난 2014년부터 영덕∼삼척(122.2㎞) 구간 공사가 진행되고 있어 공사가 끝나는 2020년 12월부터는 포항∼삼척 전구간에 열차가 다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영덕∼삼척 구간은 현재 철도 노반공사와 함께 궤도,건축 등의 설계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1단계 완공 구간인 경북 포항∼영덕 구간은 설계속도가 시속 150㎞지만,영덕∼도내 삼척을 연결하는 2단계 공사 구간은 시속 200㎞로 상향 조정됐다.

포항∼삼척에는 모두 19개 역(驛)이 들어선다.19개 역은 고속도로나 철도 등의 교통망이 없어 낙후·소외를 면치 못하던 동해안 관광·경제발전의 견인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삼척시 관계자는 “바르셀로나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인 황영조 선수의 고향 인근에 들어서는 역은 ‘황영조역’으로 하자는 논의도 이뤄지는 등 철도 개통을 앞두고 주민들 사이에 관광·경제발전 기대가 커지고 있다”며 “삼척시가 신규 대·소 택지 개발을 새롭게 추진하는 것도 교통여건 변화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2020년 포항∼삼척 전구간이 개통되면,부산에서 출발한 열차가 삼척을 거쳐 기존 영동선을 타고 동해∼강릉까지 들어오게 된다.강릉은 지난해 말 ‘2018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서울∼강릉을 잇는 ‘강릉선’ KTX 개통 숙원이 이뤄졌다.서울∼강릉∼부산을 잇는 동해안 삼각 교통망이 구축되고 있는 것이다.이와 관련,영동남부권에서는 기존 영동선 철도 개량과 함께 KTX를 동해·삼척까지 연장해야 한다는 여론이 고조되고 있고,6·13 지방선거에서도 고속철도 연장사업이 최대 현안으로 부각됐다.

동해북부선 철도 연결-애환과 기대

동해북부선은 강릉 이북 양양,속초,고성으로 이어지는 철도 노선이다.그러나 북부선은 일제강점기와 분단,6·25전쟁 등 통한의 역사와 부침을 함께하면서 아직 미완의 철도로 남아있다.북부선 철도 부설은 일제강점기에 시작됐다.일제는 자원수탈 등의 목적으로 1925년 ‘조선 철도 12년 계획’을 세우고 동해선 등의 철도 건설을 추진했다.이 계획에 따라 1928년 원산 인근 안변역에서 공사를 시작해 1937년에 강원도 양양역까지 192.6㎞에 철도가 놓였다.

정호돈 전 강릉문화원장은 “당시에는 강릉에서 버스를 타고 양양역으로 이동해 양양∼안변(환승)∼서울행 철도 노선을 이용하는 것이 동해안에서 서울로 가는 가장 빠른 길 이었다”고 회고했다.1944년 해방 직전에는 삼척 시멘트공장에서 생산된 시멘트를 묵호항을 통해 일본으로 수송하기 위해 삼척∼묵호항 구간에도 철도가 개설됐다.

당시 일제는 부산까지 철도를 연결하려고 했다.양양과 강릉,삼척 등지 동해안 해안가에는 지금도 일제가 만들어놓은 노반과 교각 등의 철도 시설 흔적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동해선 철도 연결사업은 이후 분단과 6·25 전쟁으로 안변역∼양양역 사이 열차 운행이 전면 중단되고,남쪽 구간이 완전히 폐쇄되면서 지도상에서 사라졌다.

동해북부선은 지난 2007년 다시 세간을 주목을 받았다.남고성 제진역∼북고성 금강산역까지 25.1㎞에 남∼북 연결 철도가 놓이면서 철도의 효용성이 크게 부각된 것이다.이후 강릉∼제진 구간을 연결해 동해북부선 ‘통일 길’을 새롭게 열자는 제안과 논의가 잇따랐으나,남북관계 경색 등으로 더 진전을 보지는 못했다.특히 정부의 제3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안(2016년∼2025년)에 포함되고도 후속 절차가 진행되지 않자 지역사회에서는 또 ‘부지하세월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증폭돼왔다.이런 상황에서 남북정상회담으로 동해북부선 개설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강원도에서도 남∼북 SOC 1순위 사업으로 추진의지를 분명히 하면서 동해선 철도 완성의 꿈이 어느때보다 무르익고 있는 것이다.

지난 1월 강원도민일보와 (사)희망래일이 강릉에서 공동 주최한 ‘동해북부선 연결 학술문화제’에 참석한 조민행 북방경제협력위원회 민간위원은 “강릉∼제진 구간이 완공되면,서울에서 KTX를 타고 금강산 관광을 할 수도 있고,이후 북한을 거쳐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베를린,파리까지 갈 수도 있다”며 “과거 철도가 일제의 침략과 수탈의 상징었다면,21세기 한반도에서 철도는 남북화해와 북방경제협력의 상징”이라고 강조했다. 특별취재반/최동열 dychoi@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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