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청원 통해 개선요구 - 쉼터 운영 자발적 지원운동 '양극단'

▲ 제주에 입국한 예멘인들이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서 지난 18일 긴급 구호 물품을 받고 있다. [독자제공=연합뉴스]
▲ 제주에 입국한 예멘인들이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서 지난 18일 긴급 구호 물품을 받고 있다. [독자제공=연합뉴스]

"진짜 난민인지, 가짜인지 구별하려고 행정적 소모가 많고 폐해도 많다."

"아니다. 예멘 난민신청자 중에는 반체제 지식인도 있고 협박을 받거나 고문을 받다 도망친 사람들이 많다."

장기간 내전을 겪는 예멘인들이 제주에 몰려와 난민 신청한 인원이 단기간에 539명(6월 중순 기준)에 이르자 난민수용 여부에 대한 찬·반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바른나라세우기국민운동 제주지부 등 도내 사회단체로 구성된 제주난민대책도민연대의 이향 사무총장은 "난민신청자들에 대한 지나친 혜택 부여와 무사증 제도로 편법 난민 신청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난민신청자에 대해서는 심사 기간과 소송 기간 체류가 보장된다. 생활비 일부도 지원된다.

이 사무총장은 "본래 취지에 맞게 난민법을 개정해 불법 난민 사태를 해결하고 제주를 안전한 관광도시로 환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반해 제주평화인권연구소 왓 신강협 소장은 "난민 혐오 주장은 오히려 평화의 섬 제주를 모욕하고 지역 분란을 조장하는 것"이라며 "예멘 난민을 이웃으로 환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 소장은 "인도주의적 입장에서 난민에 대한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면서 "우리도 그랬든 그들도 전쟁을 피해 살기 위해 찾은 손님이며 평범한 사람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생소한 문화권 불안" vs "배척은 비이성적"

시민들의 의견도 양쪽으로 갈리고 있다.

이슬람 문화가 내국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예멘인들이 대거 입국하는 점이 무섭다는 의견이 있다.

제주의 한 인터넷 카페에서는 "이슬람교도는 하루 일정 중 한 시간 동안 기도를 해야 한다고 아는데 고용주로서 그런 점을 배려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같은 바이러스가 걱정된다"면서 메르스로 인한 인적·재산적 피해를 겪은 3년 전인 2015년 상황을 들었다.

다른 네티즌은 "제주시 사라봉 입구에서 4∼5명이 모여 있거나 중앙로며 신제주로터리 부근에서도 예멘인을 봤다"면서 "살기 위해 제주까지 온 그들이 불쌍하기도 하면서도 흉악범이 끼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무섭다"고 말했다.

그러나 감성보다는 이성적으로 예멘 난민 신청 문제를 대하자는 반론도 있다.

해당 카페의 한 네티즌은 "박지성도 유럽에서 축구 선수로 활약했을 때 '개고기송'으로 놀림을 받았다"며 "우리가 해외에 갔는데 그 나라에서 '개 잡아먹는 놈들'이라고 추방운동이 벌어지면 어떤 느낌일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타 문화에 대한 무지가 두렵거나 낯설게 다가오는 것은 이해하지만, 타국민에 대한 혐오와 배척이 너무 비이성적"이라고 비판했다.

예멘 등 난민수용 문제는 청와대 국민청원으로도 번졌다.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예멘 난민 입국과 취업반대', '제주도 무비자 입국철회 및 예멘 난민 수용거부' 등 제주도의 난민수용과 관련된 게시글이 70건에 육박했다.

'제주도 불법 난민 신청 문제에 따른 난민법, 무사증 입국, 난민신청허가 폐지/개헌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청원글은 엿새만인 19일 오전 현재 25만2천여명의 참여자를 확보, 청와대 공식답변 요건인 '한 달 내 20만명 이상 참여'를 충족했다.

청원자는 청원글에서 "현재 불법체류자와 다른 문화마찰로 인한 사회문제가 여전히 존재한다"면서 "구태여 난민 신청을 받아 그들의 생계를 지원해주는 것이 자국민의 안전과 제주도의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지 심히 우려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 제주에 입국한 예멘인들이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서 18일 한국 생활과 법에 대해 교육을 받고 있다. 2018.6.19 [독자제공=연합뉴스]
▲ 제주에 입국한 예멘인들이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서 18일 한국 생활과 법에 대해 교육을 받고 있다. 2018.6.19 [독자제공=연합뉴스]

◇ 난민 쉼터 등 자발적 지원운동 벌어져

난민 신청을 하고 제주에 체류 중인 예멘인을 몰래 돌봐주는 일반 시민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시 모처에서는 난민 쉼터가 운영돼 예멘인에 대해 통역과 요리, 한글 교습, 식자재 지원 등을 진행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숙박 계약이 만료돼 갈 곳이 없는 예멘인들도 찾아와 숙식하고 있다.

또 예멘인 부모와 따라온 어린이들을 돌봐주는 가정도 있다.

이들의 도움을 받는 제주 체류 예멘인 사담 알란자르씨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한국 정부의 난민 허가를 바랐다.

제주 체류 다른 예멘인 중에는 한국 정부의 '출도 제한 조치'(육지부 이동금지)가 풀려 제주 외 서울 등 다른 지역에 가 일을 하고 싶다는 의견을 밝힌 이도 있다.

제주도에 따르면 법무부는 지난 4월 말 출도 제한 조치를 시행했고, 이달 1일부터 예멘을 무사증 입국 불허국에 포함했다.

제주에 입국한 예멘인 561명 중 96.1%인 539명이 난민 신청을 한 상태다. 이 중 일부는 제주를 떠난 상태로, 현재 체류 중인 예멘인은 486명으로 조사됐다.

지방자치단체인 제주도는 취업이 어려워 생활고를 겪는 난민신청자들에게 자원봉사단체를 통한 인도적 지원을 개시한다. 수술·입원 등 긴급구호를 위한 의료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숙소를 구할 형편이 안 되는 난민신청자에 대한 대책도 마련한다.

법무부는 예멘 난민신청자들에 대해 난민협약 및 난민법에 따라 공정하고 정확하게 난민심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거주지가 제주도로 제한된 난민신청자라도 질병이나 임신 여부, 영유아 동반 여부 등 인도적 사유가 있는 경우 거주지 제한 해제를 검토한다.

제주도 내 취업이나 한국사회교육 등을 지원하기 위해 통역서비스를 확대한다. 취업 이후에도 주기적인 사업장 방문 등 사후 관리를 철저히 해 도민 생활에 불안 요소가 발생하지 않도록 힘쓴다.

제주경찰청은 도민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예멘 난민신청자 숙소 주변과 주요 도로 및 유흥가 등을 중점 순찰하고 있다.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는 지난 18일 입장문을 내 "대한민국은 1951년 유엔난민협약에 가입했으며 독자적인 난민법을 가진 유일한 아시아 국가"라며 "대한민국에 보호를 요청하는 모든 사람의 난민 신청은 신중하게 심사돼야 한다고 난민법이 규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예멘은 현재 폭력, 질서의 부재, 대규모 실향, 기근 등 심각한 인도주의적 위기에 처해 있다"며 "그 어떤 에멘인도 본국으로 강제송환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 유엔난민기구의 단호한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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