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투표제 도입, 젊은층 투표 환경 조성
생각의 변화가 가져다 준 커다란 전환
좋은 제도 하나가 세상을 바꾸는 큰 역할

▲ 김기봉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
▲ 김기봉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
이번 지방선거의 결과를 놓고 여야 모두 ‘민심 무서운 줄 다시 한 번 확인했다’고들 말한다.선거 끝나면 항상 이야기하는 것이 ‘민심’이다.이러한 민심도 투표에 참여하지 않으면 아무런 쓸모가 없다.의사만으로는 세상의 변화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선거의 결과를 놓고 누구누구 때문에,어떤 사건들 때문에 승패가 갈렸다는 원인 분석들이 다양하다.하지만 가장 큰 원인은 투표율이 높아졌고 젊은 사람들이 많이 투표했기 때문이다.그 배경은 ‘사전 투표제도’의 도입 때문이다.

‘사전 투표제’는 하루만 자기 선거구에서 투표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전국 어디서든 신분증 하나만 있으면 선거 운동 기간 중 2일 간 투표할 수 있는 제도다.

이 제도의 도입은 특히 젊은 사람들이 투표 할 수 있게 해주는 환경을 조성해주었다.생각의 변화가 가져다 준 커다란 전환이었다.꼭 하루에 자기 거주 지역에서만 투표할 수 있다는 고정관념을 뒤집었다.이러한 제도적 변화에는 우리나라가 성취한 과학과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이 큰 역할을 하였다.이처럼 제도 하나가 가져다 준 변화와 결과는 놀라운 것이다.이번 투표에서는 투표소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종전의 공공시설 활용에서 벗어나 갤러리 등 접근성을 고려한 다양한 곳에 설치가 되었다.투표소 정보도 스마트 폰이나 SNS 등을 통해 쉽게 공유되었다.앞으로 사전투표도 대학별로 투표소를 설치할 수 있다면 20대의 투표율은 더 올라갈 것이다.

민주주의 제도의 장점은 일정 시기마다 민심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그 민심은 잘했느냐,잘 할 것이냐,잘못했느냐 등의 평가를 통해 책임을 묻는 자리다.권한과 책임은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이다.잘못했으면 심판하고 잘하고 있으면 더 기회를 주는 것이 민주주의다.그러나 그동안 우리 정치 병폐 중 하나는 바로 지역주의였다.특정 정당이 특정 지역에 깃발만 꽂으면 무조건 당선된다는 것이다.권한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구조였다.이 구조적 모순을 바로 잡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정책 대결이다.그럼에도 이번 선거를 통해서 후보자로 나선 사람들의 공약을 보면서 느낀 아쉬움이 많다.지방선거 후보자로 나서면서 권한 밖의 공약이 많았다.이는 지방자치에 대한 공부가 부족하거나 지역 민원을 활용하여 당선되고 보자는 생각으로밖에는 이해할 수 없었다.그런 점에서 이번에 당선되거나 향후 정치를 하고자 뜻을 세우고 있는 분들에게 부탁하고 싶다.

첫째,함께 공부하자는 것이다.그 공부는 책을 가지고 하는 공부일 수도 있지만 자신이 해야 될 일이 무엇인지,무엇을 할 수 있는 지에 대하여 주민들과 함께 학습하자는 것이다.둘째,그 학습 모임은 민원을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의정활동을 하는 보고의 자리가 될 수도 있다.셋째,그 모임에는 자신을 지지한 사람들만이 아니라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함께 하면 좋겠다는 것이다.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에는 항상 다양한 의견들이 있고 관계 속에서 갈등이 존재한다.그 다양함을 부인하고 자기와 같은 신념을 공유하는 사람들만 관계한다면 대의제가 갖는 정치를 왜곡하는 것이다.

좋은 제도 하나가 세상을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한다.우리가 많은 비용을 들여가며 선거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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