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매거진 OFF] 인제 대암산 용늪
4500여년 생물역사 고스란히 간직
혹독한 환경이 특이한 생태계 창조

‘정글숲을 지나서가자~엉금엉금 기어서가자~늪지대가 나타나면은 용(?)이 나온다~’.사슴뿔,낙타의 머리,토끼 눈,소의 귀,돼지 코,뱀의 목,매의 발톱,호랑이 주먹,잉어의 비닐.동해안 앞바다에서 우리 민족을 보살피던 용이 하늘을 오르기 위해 대암산을 들렀을까.반만년의 단군 역사와 함께한 용늪의 신비로움에 빠져보자!

▲ 전망대에서 바라본 용늪과 탐방로
▲ 전망대에서 바라본 용늪과 탐방로

반만년 생태계의 신비함을 간직한 인제 용늪.

거대한 뱀의 형상을 한 상상의 동물인 용은 초자연적인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동·서양을 불문하고 신화나 전설에 등장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고대부터 풍운(風雲)의 조화를 다스리는 수신(水神)·해신(海神)으로 여겨졌다.

인제 서화면 서흥리에 위치한 대암산 용늪.‘하늘로 올라가는 용이 쉬었다 가는 곳’이라는 전설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우리 조상들은 만물과 모든 생명의 원천인 물이 사시사철 마르지 않는 늪에 용이 살고 있다고 믿었다.이런 까닭에 극심한 가뭄이 들면 용신이 살고 있는 대암산 용늪에서 기우제를 지냈다.부정한 것을 용늪에 넣어 용신을 화나게 해 비를 내리게 했다.용늪은 물을 귀히 여기고 농사와 생명을 소중히 여겼던 옛사람들의 믿음의 상징이었다.

연중 170일 이상 안개에 휩싸여 있고 5개월 이상 영하에 머무르는 기후와 산성을 띤 빈약한 영양 상태의 토양 등 혹독한 환경이 특이한 생태계를 창조했다.

이런 한랭 습윤한 환경조건은 죽은 생물체들이 완전히 썩지 않고 그대로 쌓여 갈색의 이탄층이 발달하기에 적합했다.스폰지처럼 말랑말랑한 지층인 이탄층은 일년에 최대 1mm씩 생성되는데 현재 큰 용늪의 이탄층은 최고 1.8m로 4500여년의 생물역사를 간직한 한반도 식생과 기후의 변화를 연구할 수 있는 자연사박물관으로 생태·학술적 가치가 크다.

최원명 wonmc@kado.net

▲ 신비로움이 가득한 용늪의 가을풍경
▲ 신비로움이 가득한 용늪의 가을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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