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매거진 OFF] 인제 대암산 용늪
비무장지대 생태조사서 발견
해발 1280m조성된 고층습원
습지보호 위해 한때 출입금지
2015년 일부 탐방로 관광 허용
멸종위기 등 생물 1180종 서식

▲ 대암산 용늪의 풍경과 생태탐방 지도.탐방객들이 탐방로를 따라 용늪을 둘러보고 있다.
▲ 대암산 용늪의 풍경과 생태탐방 지도.탐방객들이 탐방로를 따라 용늪을 둘러보고 있다.
포성이 멈춘 곳에서 발견된 생태계의 보고

인제 대암산 용늪은 큰용늪,작은용늪,애기용늪으로 이뤄져 있다.지난 1966년 비무장지대의 생태계 조사 과정에서 발견됐다.대암산 1312m 정상에서 인제 방면으로 해발 1280m에 위치한 산지습지이며 고층습원이다.국내 최초 람사르습지로 환경부의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됐다.또 천연보호구역,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보존되고 있다.

환경부는 습지보호를 위해 2005년부터 출입을 금지했지만 대국민 자연자산 보전 교육을 위해 2015년 8월부터 큰용늪 내부를 포함한 일부 탐방로에 한해 하루 250명 이내의 생태체험 관광을 허용하고 있다.

생명의 보물창고

습지는 자연천이 과정을 거쳐 육지화 되는데,산림지역의 경우 100~200년에 걸쳐 원시림에 가까운 식생으로 변화는 반면 고산에 위치한 습지는 수 천년에 걸쳐 느리게 진행된다.

한반도 남쪽에서 첫 번째로 발견된 고층습원인 용늪은 지난 1977년 군부대에 의해 일부 원형이 훼손돼 물리적 환경이 변화했다.또 주변에 목본식물이 유입되는 등 식생의 변화도 있었으나 남쪽과 동쪽,중앙지점에 상당히 넓게 원형이 보존돼 특이 생태계와 생물다양성을 유지하고 있다.

용늪에는 멸종위기 야생생물인 기생꽃,날개하늘나리,달꽃,제비동자꽃,조름나물,왕은점표범나비,참매,새호리기,삵,산양 등 1180종의 생물이 서식한다.

큰용늪은 북방계 식물이 남하하다가 남방계 식물과 만나 공존하는 곳으로 과거 빙하기 때 남하해 분포했던 북방계 식물이 빙하기 이후 기후가 온난화되는 과정에서 용늪 습지보호지역에 남아 지속 분포하고 있다.

특히 비로용담,대암사초,애기개별꽃,개통발,한국좀뱀잠자리,대암산집가게거미의 6종은 남한에서 유일하게 대암산 용늪에만 서식하고 있다.이중 한국좀뱀잠자리는 2013년 세계적으로 처음 기록된 희귀 곤충으로 세계최초 발견된 한국고유종임을 강조하기 위해 ‘시알리스 코리아나’라는 학명이 붙었다.

4계절 변화무쌍

용늪은 10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영하의 기온을 유지한다.연중 170일 동안 용늪을 덮는 안개는 늪 전체를 촉촉하고 탄력 있게 만든다.오랜 세월 한반도의 변화에 적응해온 용늪은 현재도 진화와 변화를 거듭하며 새로운 환경을 만들어가고 있다.용늪은 대암산 정상 부근에 자리하고 있지만 대암산의 생태계와는 또 다른 독립된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다.총552종의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하며 계절마다 각양각색의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봄이 늦게 찾아오는 용늪에 노란 동의나물과 수줍은 얼레지가 혹독한 겨울을 이겨내고 제일 먼저 모습을 드런낸다.용늪의 주인격인 삿갓시초,산사초가 푸른 빛으로 감싸 안으면 숲 속 고라니,노루,멧돼지가 웅덩이로 내려와 목을 적신 후 발자국을 남긴다.

용늪의 여름은 생명력이 넘친다.사초류의 성장으로 큰용늪 전체가 초록빛으로 물들면 작은 별처럼 반짝이는 기생꽃과 연보라색 화려한 비로용담을 볼 수 있다.까막딱다구리는 새끼에게 먹이를 나르느라 여념이 없다.

삿갓사초에 단풍이 들면 가을이다.용늪은 영양분이 부족해 물고기는 없지만 잠자리,물벼룩 등 작은 곤충들에게는 삶의 터전이다.춥고 긴 겨울을 맞기 위해 에너지를 축적하는 신갈나무 등 새로운 생명을 준비하는 용늪의 가을은 자연의 신비로운 질서를 느끼게 한다.

국내 1호 람사르습지

습지는 지구상에서 동식물의 서식지를 제공하는 가장 생산성이 높은 생태계다.홍수조절기능과 오염물질 정화,기후변화를 완하하는 완충지,미적 경관을 제공하는 등 생태학적 가치뿐만 아니라 사회·문화·경제적 가치가 매우 높다.

1997년 국내 최초 람사르습지로 등록돼 이 일대 1.36㎢가 환경부의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됐다.국제 인증절차도 진행 중이다.환경부와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람사르협약 사무국에 용늪을 비롯해 국내 후보지 4곳에 대한 람사르습지도시 국제 인증을 신청했다.인증 여부는 올 10월 아랍에미리트에서 열리는 ‘제13차 람사르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최종 결정된다.대암산 용늪이 람사르습지도시로 지정되면 국제사회가 인증하는 ‘람사르’ 브랜드를 6년간 사용할 수 있다.또 람사르습지도시 인증 기준을 유지하도록 습지보전이용시설과 생태관광 기반시설 확충 등에 관한 국가 지원도 이뤄진다. 최원명 wonmc@kado.net

● 람사르 협약이란?

람사르협약은 습지의 보호와 지속가능한 이용을 위한 국제협약이다.1971년 이란의 람사르에서 18개국이 모여 체결했다.정식명칭은 ‘물새 서식지로써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에 관한 협약’이다.천연자원 보존과 지속가능한 사용에 관한 최초의 현대적 국제협약이자 범지구적 차원의 환경협약이다.우리나라는 1997년 세계에서 101번째로 가입했다.

● 예약 탐방

용늪 생태탐방은 산불조심 기간을 제외한 5월 중순부터 10월까지 허용된다.사전 인터넷 예약제(14일전)로 1일 기준 250명 이내로 한정하고 있다.탐방코스는 인제 2곳,양구 1곳 등 총 3개 노선이다.예약은 생물자원의 수도 홈페이지(sum.inje.go.kr)를 통해 신청하면 된다.문의 인제군청 환경보호과(033-460-2065).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