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 소울씨어터 ‘ 만주전선’
대한민국연극제 강원대표작
친일파 조선 청년 소재 무대
30일 대전 예술의 전당 공연
남호섭 대표 시각장애 불구 열연

▲ 오는 30일 대전에서 열리는 대한민국연극제에 강원대표로 출전,‘만주전선’을 선보이는 속초극단 ‘소울씨어터’( 대표 남호섭·사진 맨앞쪽).
▲ 오는 30일 대전에서 열리는 대한민국연극제에 강원대표로 출전,‘만주전선’을 선보이는 속초극단 ‘소울씨어터’( 대표 남호섭·사진 맨앞쪽).
그들의 무대는 젊고 열정적이다.세상의 빛이 점점 차단되는 실명의 위기 속에서도 그들의 도전은 멈추지 않는다.대한민국연극제 출전을 앞둔 속초 극단 ‘소통울림씨어터’(소울씨어터)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소울씨어터(대표 남호섭)는 오는 30일 대전예술의전당 앙상블홀에서 열리는 ‘제3회 대한민국연극제 강원대표’로 출전한다.이번에 무대에 올리는 작품은 지난 3월 강원연극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박근형 작가의 ‘만주전선’(연출 최귀웅).이 작품은 지난 2015년 서울 극단 골목길에서 히트를 친 유명작이기도 하다.강원연극제 당시에는 원작의 대사를 크게 훼손하지 않으면서 색다른 연출기법과 배우들의 개성넘치는 연기로 관객과 심사위원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올초부터 포도막염으로 양눈의 시력을 모두 잃어 가고 있는 남 대표는 ‘만주전선’으로 대상 수상과 함께 최우수연기상을 받으며 또한편의 감동스토리를 써내려가고 있다.

▲ 속초 소울씨어터.
▲ 속초 소울씨어터.
‘만주전선’은 친일파 조선청년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1943년 조선을 떠나 일본이 세운 만주국에 자리 잡은 여섯 친구들의 사랑과 우정,그들의 현실인식과 역사의식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관통하는 청년들의 모습을 돌아본다.친구역은 남 대표(35)를 비롯 김수진(30) 윤국중(29) 권다림(30·여) 배수진(32·여) 김민주(28·여) 등 6명의 배우가 의사,시청 공무원,전도사,직업군인,시인 등을 맡아 열연한다.

이들은 일본식 이름으로 서로를 부르고 사케를 마시며 일본식 건배사를 외친다.만주벌판에서 풍운의 꿈을 안고 살아갔던 친일행적의 조선청년이야기는 진지하면서도 자유분방한 연출력으로 110분간 무대를 채운다.

지난 2011년 창단된 소울씨어터는 제1회 대한민국연극제(2016)에서 금상을 수상한 저력의 극단이다.하지만 이번 대한민국연극제 출전을 앞두고 마음고생이 심하다.전용극장이 없어 마을 농요전수관과 카페 등을 전전하며 연습을 하고 있는 처지다.출전지원금도 지연되면서 재정적 어려움도 호소하고 있다.그야말로 20~30대초반 배우들의 ‘열정페이’가 아니라면 전국 대회출전은 엄두도 못낼 형편이다.

무엇보다 남호섭 대표의 불굴의 투지는 후배 배우들에게 남다른 귀감이 되고 있다.이미 10여년전부터 시력이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한 남호섭 대표는 올해 초부터는 대사를 녹음해 외우고 무대를 발끝으로 느끼며 연기에 집중하고 있다.남 대표와 손발을 맞추는 후배들은 이런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후회없는 무대를 꾸미기 위한 투혼을 불사르고 있다.

남호섭 대표는 “점점 눈앞의 빛이 사라지는 상황이지만 마음으로 느껴지는 대사와 연기의 열정은 더욱 커지고 있다”며 “이번 전국대회 출전을 위해 갑절의 노력으로 준비한 만큼 수상과 관계없이 좋은 성과가 기대된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박창현 chpark@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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