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대학이 지난 달 대학 명부에서 사라졌다.지역교육의 요람으로 각광 받던 대학의 몰락이자 신호탄.대학이 천덕꾸러기에 애물단지로 전락한 것이다.교육부는 2년 연속 70% 미만의 학생 충원율을 보인 한중대를 강제 폐교시켰다.이유는 간단하다.적자생존 원칙.이렇게 퇴출된 대학이 2000년 이후에만 전국 12곳.지역사회 또한 대학의 퇴출을 일상적인 흐름으로 받아들인다.농·산·어촌지역의 작은 학교가 소리 없이 사라졌듯,초저출산과 학령인구 감소 앞에 모두가 무력하다.유구무언!

교육부가 20일 발표한 ‘2018년 대학기본역량 진단(옛 대학 구조개혁평가)’ 결과는 대학의 ‘퇴출 시간표’나 다름없다.전체 대상 학교 323개교(일반대 187개교·전문대 136개교) 가운데 86개교(일반대 40개교·전문대 46교)가 정원 감축 대상.이번에 제외된 대학도 안심할 수 없다.단지 시간이 유예됐을 뿐.다행히 강원대와 한림대 등 도내 5개 대학은 화(?)를 면했지만 ‘퇴출 시간표’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학령인구가 줄면서 당장 내년 입시부터 대입정원이 고졸자를 초과하는 ‘대입 역전현상’이 발생하기 때문.2년 뒤인 2020년부터 대학의 운명은 바람 앞의 등잔불.줄도산이 예상된다.

대학의 위기는 곧 지역의 위기다.학교가 사라지면 마을이 사라진다.대부분의 초등학교가 폐교된 강원도의 농산어촌이 이를 실증한다.합계 출산률이 떨어지면서 국내 학령인구는 2000년을 기점으로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대학에 진학하는 학령인구가 2000년 82만6889명에서 2010년 69만7847명으로 떨어진데 이어,2020년에는 50만126명,2040년에는 43만명대로 줄어든다.이 같은 추세라면 4년제 대학 가운데 50여개는 완전 소멸될 수밖에 없다.아니,이미 그 과정을 밟고 있다.

데모크라이시스(democrisis).데모그래피(demography·인구변동)와 크라이시스(crisis·위기)를 합쳐 만든 이 말은 저출산이 지속되며 인구가 감소하고 경제적으로 위기를 맞는 현상을 가리킨다.일본학자들은 ‘지역소멸’이라는 자극적인 표현으로 위기의식을 높인다.현재 한국의 지방대학에 불어 닥친 ‘폐교 사태’는 데모크라이시스(democrisis)의 위력이 어떠한지를 그대로 보여준다.모든 것을 초토화 시키는 쓰나미처럼.시간은 대학편이 아닌듯하다.

강병로 논설위원 brkang@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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