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적 문제 풀려야 다음 단계 남북교류·신뢰 구축도 탄력

남북이 오는 8월20일부터 26일까지 금강산 현지에서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갖기로 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이산가족들의 나이가 70세 이상 고령으로 매년 유명을 달리하는 상황에서 상봉 숫자를 남북 각 100 명으로 제한했기 때문이다.이 마저도 1회성 행사로 못 박았다.북한측 박용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은 “역사를 새로 쓴다는 자세를 가지고 회담에 임한다면 우리가 오늘 겨레에게 깊은 기쁨을 안겨주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했지만 결과는 과거 수준을 넘지 못했다.이런 식으로는 5만7000여 명에 이르는 이산가족의 한을 풀지 못한다.남북 특히 북한측이 통 크게 결단해야 한다.

이번 적십자회담에서 남북은 고령 등으로 거동이 불편한 상봉자에 한해 1명의 가족을 동반하도록 했다.그러나 후속 상봉이 언제 이뤄질지는 합의하지 못했다.우리가 요구한 생사 확인이나 서신교환,화상상봉 등도 북측이 거부했다.지난 2015년 10월 이후 2년10개월 만에 열리는 이산가족 상봉이 또다시 이벤트성 행사에 치우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분단으로 수십 년 간 생이별한 이산가족들의 애타는 심정을 생각하면 안타까울 뿐이다.이산가족 상봉은 남북관계에서 가장 시급하고 절실한 현안이다.인도적 과제인 이 문제가 잘 풀려야 나머지 남북교류가 순탄해진다.

남한에 등록된 이산가족은 모두 5만7000여 명으로 이 중 85.6%가 70세 이상의 고령이다.1년에 한 차례씩 상봉행사를 갖는다고 가정할 경우 수십 년이 흘러도 다 만나지 못한다.이런 현실을 잘 아는 북한이지만 ‘통일이 먼저’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는다.북미정상회담에서 미국에 체제안정을 요구한 북한이 남북통일을 고집하며 이산가족 상봉을 1회성 이벤트 정도로 생각하는 건 대단히 잘못된 처사다.북한은 우리측이 요구한 화상상봉과 서신교환,고향 상호방문 및 이산가족 정례화에 대해서도 미온적이다.이런 행태로는 남북의 전면적 교류를 기대할 수 없다.

남북 이산가족 상봉은 남북 교류의 마중물이자 촉매제다.이 행사가 순조롭게 진행돼야 남북이 신뢰를 쌓고,다음 단계의 물꼬를 틀 수 있다.금강산에서 정례적 지속적으로 이산가족상봉이 이루어진다면 금강산관광 문제도 어렵지 않게 풀릴 것이다.개성공단 재개와 남북평화산업단지 조성 등 경제문제도 마찬가지다.남북은 도내 3440 명의 이산가족을 포함한 전체 이산가족들의 한을 풀어주는데 주저해서는 안 된다.전면적인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극적이고 대담한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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