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율초재(耶律楚材)는 몽골 제국의 태조 칭기스칸과 2대 오고다이칸 등 여러대에 걸쳐 재상을 지낸 인물이다.어느날 아버지의 뒤를 이어 제위에 오른 오고다치칸이 그에게 물었다.“나는 아버지가 이룩한 대제국을 개혁하려 한다.좋은 방법이 있으면 말해보라” 이에 야율초재는 “한가지 이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은 한가지의 해로운 일을 제거하는 것만 못하고,한가지 일을 만들어내는 것은 한가지 일을 줄이지 못하는 것만 못합니다(與一利 不若 除一害,生一事 不若 滅一事)”고 답한다.

현대에 들어와서 야율초재의 이 말과 비슷한 사례가 있다.지금은 전설이 됐지만,스티브 잡스도 한 때는 경영부진 등을 이유로 애플에서 쫓겨난 적이 있었다.하지만 그의 뒤를 이은 아멜리오의 방만한 경영으로 애플은 파산직전에 처하게 된다.1997년 잡스는 다시 애플로 돌아왔다.당시 애플은 무려 10억달러의 적자에 경영진은 직원들과 이사회의 신뢰마저 잃은 상황이었다.

복귀한 잡스는 불과 1년만에 4억달러 흑자를 내는 기적을 이뤄낸다.그런데 그가 기적적인 흑자를 낸 요인은 의외로 단순했다.그는 그동안 수 십개에 달하던 제품을 몇 가지로 압축하는 등 제품의 종류를 확 줄이고 꼭 필요한 사업을 선택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그 결과 애플의 수익성은 회복됐고,파산 직전까지 몰렸던 애플은 마침내 최고의 기업이자 혁신 아이콘이 됐다.경영에서도 ‘버림으로서 얻는다’는 사실이 통한 사례다.

사람은 계속해서 무엇인가를 얻으려고만 하는 속성이 있다.무엇인가를 더 얻어야만 더 나은 행복이 보장된다고 믿는 까닭이다.이는 버림으로서 얻어지는 것의 가치를 잊은 것이다.어쩌면 보약을 먹는 것 보다 몸에 해로운 것을 삼가하는 것이 중요하듯,욕망을 채우려 하기 보다는 욕심을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지난 주말 한국 정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한 정치인의 타계소식이 전해졌다.그에 대해 훈장수여를 두고 논란도 일고 있다.한 인간에 대한 평가는 그 시대의 역사인식과 깊은 연관이 있다.동시에 인간군상의 허위의식이나 욕심과 무관치 않을지도 모른다.새삼 ‘버림으로서 얻어지는 것’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요즘이다. 천남수 사회조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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