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제정된 문학상…'해질 무렵'으로 받아

▲ 소설가 황석영
▲ 소설가 황석영
소설가 황석영이 프랑스에서 '2018 에밀 기메 아시아 문학상'을 수상했다. 수상작은 장편소설 '해질 무렵'. 25일 오후 6시30분(현지 시간) 파리 기메 미술관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수상작이 발표됐다.

에밀 기메 아시아 문학상은 파리 소재 국립동양미술관인 기메박물관에서 수여하는 상이다. 아시아 문학을 프랑스에 더 알리기 위한 취지로 지난해 처음 제정됐다. 이전까지 프랑스에서 외국 작품에 수여하는 문학상은 페미나상이 유일했다.

에밀 기메 아시아 문학상은 1년간 프랑스어로 출간된 현대 아시아 문학작품 가운데 수상작을 선정한다. 작년에는 영국계 인도작가 레이나 다스굽타가 수상했다. 올해는 인도의 미나 칸다사미, 일본의 나시키 가호, 중국의 아이(阿乙), 파키스탄의 오마르 샤히드 하미드, 대만의 우밍, 한국의 황석영이 최종후보로 올라 황석영이 수상자로 선정됐다.

황석영은 2004년 '손님'으로 프랑스에서 페미나상 외국어소설 부문 후보에 오른 데 이어 이번에 '해질 무렵'으로 에밀 기메 아시아 문학상을 받게 됐다.

'해질 무렵'은 2016년 대산문화재단의 한국문학 번역·출판 지원을 받아 최미경 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교수와 번역가 장 노엘 주테가 번역, 지난해 프랑스 필립 피키에 출판사에서 출간됐다.

한국에서 2015년 출간된 이 소설은 성공한 60대 건축가와 젊은 연극인을 주인공으로 우리 사회의 과거와 현재를 아우른다. 산동네 어묵장사 아들로 태어났으나 일류대학을 나와 승승장구한 건축가가 인생의 해질 무렵에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젊은 연극인은 아르바이트로 간신히 삶을 버텨내는 이야기를 그린다.

기메 문학상 심사위원회는 "황석영의 작품이 주는 강력한 환기력, 묘사의 섬세함, 독서로 인해 얻게 되는 부인할 수 없는 풍요로움에 매료됐다. 황석영의 작품이 그리는 세계가 1899년 에밀 기메가 미술관을 개관한 의도의 연장선상에 있으며, 다양한 방식으로 여러 시대에 대한 접근을 가능하게 한다. 구축과 파괴, 존재와 사물을 섬세하게 그려 아시아의 변화무쌍한 모습뿐만 아니라 한국적인 영혼을 깊이 이해하게 해준다"고 평했다.

황석영은 다른 사정으로 이번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하고 수상 소감을 보냈다.

소감문에서 그는 "기메 아시아 문학상이 제 소설 '해질 무렵'에 수여된 것은 제게 정말 큰 영광이고 기쁨입니다. 무엇보다도 아시아의 애호자였던 에밀 기메가 설립한 아시아 문화, 예술과 서구세계의 특별한 만남의 장인 기메박물관에서 제정한 상이라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또 프랑스의 기관이 수여하는 상이라 제게는 더욱 의미가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세대의 과거는 업보가 되어 젊은 세대의 현재를 이루었습니다. 나이가 망각이나 평정을 가져온다기보다 단지 주변을 더 침착하고 신중하고 깊이 있게 볼 수 있게 한다고 생각합니다"라며 "어쩌면 이 노신사(소설 속 건축가)를 보면서 독자들은 과거를 회상하는 저를 대입시켜 볼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그는 또 현재를 향해 있습니다. 제가 한국의 근대로의 전환을 상징하는 철도에 종사한 철도원 삼대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저는 가까운 미래에 세계의 많은 예술가들과 지식인들을 싣고 출발하게 될 '평화의 열차'라는 원대한 계획의 실현을 위해 노력하고 있기도 합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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