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케이힐은 월드컵 고별전서 조별리그 탈락 '쓴잔'

▲ 파올로 게레로 [EPA=연합뉴스]
▲ 파올로 게레로 [EPA=연합뉴스]

페루 축구의 간판 스트라이커 파올로 게레로(34)가 도핑 파문을 딛고 페루에 40년 만의 월드컵 본선 승리라는 큰 선물을 안겼다.

게레로는 27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에서 열린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C조 3차전 호주와 경기에서 1골, 1도움으로 맹활약하며 페루의 2-0 승리를 이끌었다.

페루가 월드컵 본선에서 이긴 것은 1978년 아르헨티나 대회 이후 40년 만의 일이다.

페루는 1982년 스페인 월드컵에도 출전했지만 2무 1패로 승리를 따내지 못했고, 이후 36년 만인 이번 대회에 다시 월드컵 본선에 복귀했다.

FIFA 랭킹 11위인 페루는 프랑스(7위), 덴마크(12위), 호주(36위)와 한 조로 묶여 내심 16강 진출까지 바라봤으나 첫 경기였던 덴마크전에서 0-1로 패한 것이 컸다.

특히 그 경기에서는 크리스티안 쿠에바가 페널티킥을 넣지 못해 선제골 기회를 놓친 장면이 두고두고 아쉬웠다.

덴마크, 프랑스에 연달아 0-1로 분패하며 이미 탈락이 확정된 페루였지만 36년 만에 뛴 월드컵 본선 무대를 3전 전패로 마무리할 수는 없었다.

게다가 이번 대회에서 가장 열정적인 응원을 펼치는 것으로 유명한 페루의 팬들을 봐서라도 이날 호주와 경기에서는 반드시 '유종의 미'를 거둬야 하는 입장이었다.

2004년부터 국가대표에 발탁됐고 2004년부터 2012년까지 독일 분데스리가를 누빈 게레로는 이런 페루 대표팀의 기둥이다.

그런데 페루는 자칫 이번 대회에 '기둥' 게레로가 빠진 상태로 올 뻔했다.

지난해 10월 게레로가 도핑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와 이번 대회 출전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FIFA로부터 받은 1년 자격 정지 징계는 스포츠 중재재판소(CAS)를 거치면서 오히려 14개월로 늘어나 게레로의 이번 대회 출전은 난망해 보였다.

하지만 이달 초 스위스 연방대법원으로부터 징계 일시 정지 판결을 받아 극적으로 월드컵으로 가는 길이 열렸다.

이날 호주를 상대로 게레로는 전반 18분 페널티 지역 왼쪽에서 반대편으로 절묘한 패스를 연결, 선제골을 어시스트했고 후반 5분에는 직접 몸을 날리는 왼발 발리슛으로 쐐기 골까지 넣었다.

1982년 대회 이후 36년 만에 페루가 월드컵 본선에서 골을 넣는 장면이 됐고, 1978년 이후 40년 만에 승리를 따내는 순간이었다.

경기장을 붉게 물들인 페루 팬들은 감격의 눈물까지 흘리며 게레로의 활약에 찬사를 보냈다.

반면 호주는 0-2로 벌어진 뒤인 후반 8분에 팀 내 최고참 팀 케이힐(39)을 투입하며 16강 진출의 마지막 희망을 걸었지만 무위에 그쳤다.

케이힐 역시 2004년부터 호주 국가대표로 뛰며 A매치 50골을 넣은 '살아있는 전설'이다.

2006년 독일 월드컵부터 2014년 브라질 대회까지 월드컵 3회 연속 골을 터뜨린 그는 1, 2차전에 내리 벤치만 지켜 호주 팬들의 애를 태웠다.

0-2로 끌려가는 상황에서 긴급 투입된 그는 하지만 끝내 페루 골문을 열지 못하고 귀국길에 오르게 됐다.

2022년에는 43세가 되는 케이힐이 다시 월드컵에 출전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워 이번 경기는 그의 월드컵 고별전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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