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사기(史記) 오자서열전(伍子胥列傳)에 전해지는 ‘일모도원(日暮途遠)’은 할 일은 많은데 시간이 없는 상황을 비유하는데 쓰인다.그런데 이 말의 유래를 보면,그저 시간이 없어 안타깝다는 뜻 이외에도 ‘천리(天理)에는 어긋나지만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춘추시대 초나라 명문가였던 오자서는 모함을 받아 가문이 멸족의 위기에 처한다.이 때 오자서만이 살아남아 오나라에 의탁해 평생을 가문의 원수를 갚는데 바친다.복수의 칼날을 갈던 오자서는 마침내 오나라 군사를 이끌고 초나라를 공격해 수도를 함락시킨다.하지만 가문의 원수인 평왕은 이미 죽고 없었다.오자서는 평왕의 무덤에서 시신을 꺼내 삼 백번의 매질을 가한 후에야 그만 두었다고 전해진다.

친구였던 신포서는 오자서를 향해 “한 때 평왕의 신하로서 그 시신을 욕되게 하였으니,이보다 더 천리(天理)에 어긋나는 일이 또 있겠는가”라며 지적한다.이에 대해 오자서는 “해는 지고 갈 길은 멀어,도리에 어긋난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吾日暮途遠 故倒行而逆施之)”는 말을 남긴다.사마천은 오자서에 대해 “작은 의리를 버리고 큰 치욕을 갚아 그 이름을 후세에 남겼으나,참으로 비정하다”고 하면서도 “오자서가 가문과 함께 죽었더라면 땅강아지나 개미와 무엇이 달랐겠는가?치욕을 견디고 공명을 세웠으니 장렬한 대장부가 아니고서야 누가 이렇게 할 수 있겠는가.”라고 엄호한다.

사실 오자서의 행위는 ‘눈에는 눈,이에는 이’라는 주장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이었다.하지만 역사는 오자서의 집념과 복수보다는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천리를 저버린 행동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가 대부분이다.물론 여기에는 유교적 가치관에 따른 일방적 편견에 다름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어쨌든 일모도원의 유래에 그 시대의 도리와 역사인식에 대한 적지 않은 메시지가 있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어느새 7월,한 해의 절반이 훌쩍 지나버렸다.개인적으로도 갈 길은 아직도 멀었는데,해가 지는 것 같은 상태다.일모도원의 속사정이야 어떻든 속절없이 흘러가는 시간을 붙잡을 수 없는 현실은 그래서 안타깝기만 하다.일모도원,이 말이 어찌 와 닿지 않겠는가.

천남수 사회조사연구소장 chonns@kado.net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