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만희 상지대 교수
▲ 류만희 상지대 교수
6·13 지방선거가 끝난 후 신문,방송할 것 없이 선거결과를 두고 ‘보수의 몰락’ ‘여당의 압승’ ‘국정운영의 탄력’ ‘정계개편의 신호탄’ 등의 해설 기사가 계속되고 있었다.대개의 해설기사가 그렇듯이 화려한 그래픽과 함께 주의를 집중하고 봐야 이해할 수 있는 다양한 수치를 분석의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선거결과에 대한 일종의 의미부여하기다.의미부여의 합리성,논리성,객관성을 더하기 위하여 6.13 지방선거 결과와 그 동안의 지방선거 결과를 시계열적 자료로 결합하고 있지만 분석 내용에서 의미부여자의 주관이 반영되기 마련이다.필자는 의미부여하기 형태의 기사를 읽으면서,의미를 곱씹는 습관을 갖고 있다.일종의 정제된(?) 의미부여하기 작업을 하는 것이다.이번 선거 결과에 대한 많은 정치평론가의 의미부여하기 기사들에 대한 나만의 정제작업을 하던 중 주목되는 인용기사가 있다.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의미부여이다.“우리가 받은 높은 지지는 굉장히 두려운 것이고,이는 정말 등골이 서늘해지는,등에서 식은땀이 나는 정도의 두려움이다.지지에 충족하지 못하면 기대는 금세 실망으로 바뀔 수 있다.”

선거결과에 대한 정치평론가들의 의미부여는 구독자를 위한 타자화된 것이고,정부와 여·야를 가릴 것 없이 앞으로 어찌어찌하라는 훈계로 마무리한다.반면에 대통령의 의미부여는 자기반성과 나름의 각오가 읽혀진다는 점에서 주체적이다.이 기회에 당선자 입장에서 선거결과에 대한 의미부여하기를 통해 자기각오를 다져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필요하기에 제안한다.방법은 간단하다.위의 대통령의 발언 속의 주어를 ‘우리’에서 당선자 본인을 넣어 읽으면 된다.내가(당선자) 받은 지지에 대한 기쁨은 여기서 멈춰야 하고,말로 전하는 감사의 인사도 이제 그만하자.임기가 시작되는 7월 2일부터 내가 받은 지지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지지가 실망으로 바뀌지 않도록 당선자의 역할을 4년 동안 수행해야 한다.당선자의 자기반성과 각오는 선거결과에 대한 의미부여의 필요조건이라면,당선자의 자기학습과 자기절제는 의미부여의 충분조건이라 할 수 있다.당선자 의미부여의 필요충분조건이 완성되면,4년 후 또한번 의미부여의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지방자치제도는 지역주민의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영역에서 지역주민이 의사결정의 주체로 작동하는 것이다.그래서 지방자치를 풀뿌리 민주주의라 칭하곤 한다.이제 당선자들은 이웃주민으로부터 다양한 민원해결을 요구받을 것이다.그러나 민원으로 둔갑한 특정 연고의 이해(利害)와 시민의 이해를 바탕으로 하는 건강한 민원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그러기 위해서 당선자는 끊임없는 자기학습이 필요하다.연구하는 당선자이어야 한다.건강한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기초학습부터 차근차근 준비해야 한다.당선자들 간의 학습공동체를 만들어 아침,저녁시간을 활용하여 공부하는 것이다.당선자 주변에는 미처 알지 못한 많은 학습자원이 있으니 잘 활용 봄직하다.단순한 민원해결사가 아니라 지역주민의 대표로서 의사결정의 주체로서 모습을 선보이기 위해 꼭 필요하다.

당선을 축하하는 신문광고 게재자(단체),사거리에 걸려있는 축하 현수막 게시자(단체)와 절연까지 할 수 있을 정도의 자기절제가 필요하다.당선자의 자기절제는 당선자가 받은 지지에 대한 두려움을 인식할 때 가능하다.선거운동기간에는 바람직하지 않지만,당선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입장에서 실효성이 확인되지 않는 지연,학연에 기반한 많은 자리를 찾았을 것이다.

그러나 당선자가 되어서도 여전히 그것에 기대어 역할을 수행한다면 자기절제에 실패하는 것이다.언론에 보도된 바 있는 실패한 당선자들의 많은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겠다.당선자가 위임받은 권한은 연고(緣故)에 따라 무게를 달리하지 않는다.그것은 지역주민으로부터 동일한 무게로 위임받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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