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말기 한국문학 지켜낸 심연수 시인 탄생 100주년
문학사료 편지 289점·엽서 77점
생전 단오 풍속 이야기 글로 담아
가족과의 편지 속 결혼 날짜 등
시인 생애·문학배경 연구 도움
보편적 강원인 풍속·정서 바탕
애틋한 가족애 창작으로 승화
일제 사회상도 생생하게 증언
2.습작노트 담은 문학의 꿈과 생애
3.편지 엽서 366점에 비친 강원인의 삶
4.근대사 조명과 문학사료 활용
심연수는 가족에 대한 애틋한 감정을 시 창작으로 승화했는데 ‘어느나라 늙은이가 뉘집 늙은이가 이렇게 참혹하게 일을 할가.이렇듯 고생하시다 돌아가신 하라버지시여! 하라버지시여!’라며 장시의 ‘돌아가신 하라버지’를 꾹꾹 눌러썼다.1938~1939년 동흥중 화학공책에 최초로 쓴 미공개 습작시 제목은 ‘어머니’였다.1945년 8월 8일 피살되기 몇 달 전 백보배와의 결혼을 앞두고 부모와 주고받은 편지는 심연수 뿐 아니라 보편적인 강원인의 풍속과 정서를 엿볼 수 있다.
‘부주전상서 (중략) 혼례식 대해서는 너무 번잡하게 할 것없는 줄 아나이다.그것도 제가 나가서 해도 넉넉하오니 미리 할 것없는 줄 아외다.그러나 동내손님만이야 몰리할수없을 것이오니 양3월 말 4월초에 쓰도록 탁주쯤은 준비가 있어으면 하나이다.’ -1945년 3월 17일 편지
‘어머니 전상서.저이들을 떠내보내느라고 많이 수고하섰지요.둘이 다 잘 왔습니다.오늘은 솟도 하나 더 사고 다른 것도 몇가지 샀나이다.내일 모레쯤은 우리 손으로 밥을 끓이게 되겠지요.어머니 날이나 따뜻하시면 어떻게 있나 오서보십시오.’ -1945년 4월 12일 편지
용정 제일당사진관에 의뢰해 찍은 결혼식 사진에 자신의 발이 잘려있어 몹시 마음 상했다는 내용의 편지도 불안한 미래를 암시한 듯 눈길을 끈다.1941년 8월 12일 ‘할머니 전상서’ ‘부모 양친전상서’ ‘호수야 보아라’라며 한꺼번에 여러통을 집으로 보낸 편지에서도 시인의 섬세함과 함께 장남의 무거운 책임감이 드리워있다.한편 일본에서 발신한 봉투에 심연수는 국적을 ‘조선’ ‘일본’으로 번갈아쓰기도 하고 두꺼운 봉투를 쓰라고 동생에게 주문하는 등 검열을 염두에 두었음을 보여준다.봉투에 심연수와 창씨개명한 ‘三本義雄’을 쓰고있으나 편지 말미는 언제나 ‘연수’로 마음대로 편지를 쓰지도 부치지도 못한 일제강점기의 사회상을 빛바랜 편지가 생생하게 증언한다. 박미현